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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수리
  • 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 이랑
  • 12,150원 (10%670)
  • 2016-12-23
  • : 1,571




마이크를 들고 멍한 표정으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사람. 
그녀는 이랑이다. 



이랑은 작가의 본명이고, 
이 책의 제목과 같이 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다. 
17세부터 잡지 '페이퍼'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고, 
한예종 영상원 출신으로 단편영화와 웹드라마 등을 연출하고, 
작사, 작곡해 음반까지 내는 뮤지션이며,
글을 쓰는 작가이다. 



이 중 하나도 못해서, 하고 싶어서 아둥바둥대는 사람이
세상에 널리고 널렸는데, 욕심 많은 이랑은 이걸 전부 다 한다. 
작가 소개만으로 워너비다. 
그리고 작가 소개만으로 그녀의 성격이 짐작되었다.



이랑의 글은 본인이 책에서도 계속해서 언급하듯, 아주아주 솔직하다. 
그 점이 이랑의 가장 큰 장점이고, 지나치게 솔직한 면조차 사랑스럽다. 
사람이 많은 공연장에서 욕을 하고 싶어서 수화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다. 
솔직하고, 이상하고, 귀엽다. 



포장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같다. 
보통 스스로 예술가라고 칭하는 사람들은 본인을 어떻게든 잘 꾸미고 포장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랑은 포장지를 다 벗겨버린 내용물 같다.
일을 할 때 누군가를 따라했더니 잘 돌아가더라는 이야기를, 보통 무언가 창작을 한다는 사람은 쉽게 하지 못한다. 
자존심을 지키려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주장하기 바쁜데, 
귀여운 이랑은 자신이 누군가를 흉내내어 연극을 잘 마쳤다고 첨가물 하나 없이 말하고 있다. 



불안정한 정서를 온전히 드러낼 때, 
공감을 받았다. 
사랑했던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따라하며
'나는 그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나 또한 그랬다. 
그가 되고 싶어서 그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가 싫어하는 것을 싫어했다.
그러면 우리가 더 가까워질 줄 알았다.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나는 왜 이렇게 불안에 떨면서 이 아이를 쫓아다니고 있는 걸까.'



아주 생생한 제 2세계를 겪는 이랑. 
꿈은 가끔 정말이지 요상하다. 
이상도 아니라 요상하다. 
말도 안되는 일이 다 당연하게 이뤄지고, 꿈에서 떠올랐던 아이디어는 현실에서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폭력성이 극상승되는 이랑의 꿈과 현실을 비교한 재밌는 일러스트. 크크크



내가 영화를 찍을 때, 똑같이 했던 생각이다.
정말 똑같이 일치한다. 

영화는 민폐다. 
영화를 찍는 일은 정말이지 모든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이다. 
내가 쓴 이야기를 구현하고 싶어 수많은 동기, 선후배를 고생시키고, 
이름도 모르는 행인이 자유롭게 지나가는 길을 막으며
지인, 혹은 전혀 모르는 사람의 가게에서 별 거 아닌 장면을 촬영하다 공간을 파손시키고, 
무엇보다 그들의 휴식시간을 뺏는다. 

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고 하루하루 생각했었다.
이 정도의 의미가 있는 일일까, 하고. 



이랑은 자의식이 강하다 못해 넘치는 사람이다. 
나는 태생적으로 자의식이 강했다. 
나는 정말 어릴 때 세상의 중심이 나라고 생각했다. 
당당하게 사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가치관이었고(쥐뿔도 없으면서)
그 어느 누구에게도 내가 옳다고 여기는 것을 주장할 수 있었다.(객관적 타당성도 없이) 

사회화를 겪으면서 나는 점점 자신감을 잃었고 
눈치를 잘 보게 되었고 
아주 겸손한 척이 그냥 몸에 뱄다. 
(사실 이럴 때는 내가 잘한 걸 뽐내고 싶어서 근질거리는 거 반, 
그래도 좀 못한 거 같아서 그러면 안되겠다는 마음 반이다. 거의 항상.)



음악도 만들면서 그림도 잘 그리면서 글도 쓰고 영화도 만드는 건, 
아주 어릴 때부터 나의 꿈이었고 지금도 나의 꿈이다. 
글은 잘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쓰고 있고, 영화도 잘 찍은지는 모르겠지만 찍었다.
음악을 만들고 그림을 잘 그리는 건 언제쯤 하게 될까.
평생 못할지도 모르지만, 작가 이랑, 감독 이랑, 뮤지션 이랑, 일러스트레이터 이랑을 보면서 
계속 생각해야겠다. 

솔직하게 인생을 사는 이랑은 정말이지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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