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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 다치바나 다카시
  • 33,300원 (10%1,650)
  • 2017-01-18
  • : 1,532

 

 

 한사람이 평생 동안 만날 수 있는 책은 얼마나 될까요. 책을 빨리 읽느냐 천천히 읽느냐에 따라 다르겠습니다. 전 책을 천천히 봅니다. 천천히 깊이 잘 읽는 게 아니고 책읽는 속도가 느립니다. 책을 자꾸 보다보면 조금 빨라지기도 하지만 아주 빨라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제가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어떤 책을 읽었는지와 느낌을 잘 남겼다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책을 읽고 한해가 되었을 때쯤부터는 제가 읽은 책 제목과 작가 이름을 수첩에 적었어요. 그건 지금도 해서 수첩이 몇권 됩니다. 아무것도 없는 수첩이나 공책을 채우는 거 즐겁지 않으세요. 저는 그런 거 즐겁고 늘어나는 수첩, 공책 보는 것도 좋습니다(수첩은 작아서 괜찮은데 공책은 좀 커서 잘 둘 수 없군요). 맨 처음에 제가 읽은 책 제목과 작가를 적은 수첩을 넘겨보니, 읽고도 잊어버린 책이 많이 보였어요. 제가 읽은 책 제목은 잘 잊어버리지 않기도 하는데, 시간이 많이 지나면 잊어버리는군요. 책 내용은 잊어버려도 오랫동안 그 책을 봤다는 걸 잊어버리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이건 저만 그런 건 아니겠네요.

 

 이제는 라디오 방송에서 새로 나온 책소개를 못 듣지만 몇달 전에는 들었어요. 그때 이 책 이야기도 조금 했습니다. 제가 다치바나 다카시 책을 한권이라도 만났는지 만나지 않았는지 생각나지 않아요. 한권쯤 만났을 것 같기도 한데. 이름을 알고 있어서 그런 생각이 듭니다. 언젠지 생각나지 않는데, 다치바나 다카시 서재인 고양이 빌딩을 소개하는 방송 봤어요. 제가 텔레비전을 안 본 지 열해가 넘었으니 그것을 본 것도 열해가 넘었겠습니다. 고양이 빌딩뿐 아니라 다치바나 다카시도 그때 알았을지도. 오래전에 봤지만 인상이 깊어서 잊지 않았네요. 라디오 방송에서 책 이야기 들었을 때 서재 사진 찍는 거 힘들었겠다 생각했습니다. 여기 실린 사진은 책장 전체를 찍은 사진 한장이 아니고 책장 칸마다 사진을 찍고 그것을 이어붙였어요. 컴퓨터로 사진을 이어붙였겠지만 보통 일이 아니었겠습니다. 이런 말부터 하다니. 그것보다 책만 두는 빌딩을 지은 게 놀라운 일이죠. 예전에도 그게 놀라워서 텔레비전 방송에서 소개했겠지요. 책은 그때보다 더 늘어났을 것 같습니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가진 책은 고양이 빌딩뿐 아니라 릿쿄 대학 연구실에도 있어요.

 

 한사람을 아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거기에서 하나가 그 사람이 가진 책입니다. 그걸로 많은 걸 알 수 있다고 한 사람도 있군요. 책을 많이 모아둔 사람이어야겠습니다. 저는 책이 별로 없습니다. 다른 것보다는 많지만. 이 말은 예전에도 했는데, 제가 책을 읽으면서 언젠가 책으로 가득한 방이 갖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그것을 이루지 못하리라는 걸 깨달았어요. 책 좋아하는 사람은 한번쯤 생각하는 거지요. 다치바나 다카시는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겠습니다. 방 하나도 아니고 건물 통째를 책으로 채웠잖아요. 다치바나 다카시는 언론인 평론가로 글을 써요. 처음에는 문예춘추 출판사에서 기자로 일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책을 조금이라도 읽었다면 다치바나 다카시가 어떤지 알았을지. 아니 이 책을 보고 조금 알았네요. 다치바나 다카시는 관심 가진 게 한두 가지가 아니고 여러 나라 말을 공부하고 책을 많이 봤어요. 이렇게 한줄로 다 말할 수 있는 건 아니군요. 책을 많이 보는 사람 공통점은 여러 나라 말을 배우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움베르토 에코도 여러 나라 말 알았겠지요. 움베르토 에코도 이름만 알고 책은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만날 수 있을지.

 

 여기에는 다치바나 다카시 서재에 있는 책 이야기가 담겼어요. 책 사진도 많습니다. 자신이 읽은 책이라 해도 그것을 자세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잘 못해요. 짧게는 말해도 길게는 못할 거예요. 다치바나 다카시는 잘 기억하고 있더군요. 자신이 좋아해서 읽은 것도 있고 책을 쓰려고 모아둔 것도 있었어요. 저는 잘 읽지 않는 쪽 책뿐이었습니다. 죽음을 말하는 건 아주 조금 봤지만, 다치바나 다카시가 가진 책을 보고 세상에는 아주 많은 책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삶과 죽음, 성을 말하는 책도 많고, 첩보기관, 스파이 이야기도 많더군요. 한번쯤 보고 싶다 생각한 건 리처드 파인만 책입니다. 과학을 잘아는 사람은 예전부터 리처드 파인만을 알았겠지만, 저는 몇해 전에 이름을 알았습니다. 철학도 그렇군요. 서양문명을 이해하려면 성서를 읽어야 한다고 합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신학에도 관심을 가졌어요. 하긴 고대 사람은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알려고 했네요. 지금은 통섭이라는 말을 합니다. 많은 것을 알고 그것을 다 이어서 생각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런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그냥 아는 게 아닌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면 아주 어렵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서재에 있는 책을 보고 다치바나 다카시는 소설을 읽지 않나 했습니다. 많이 읽는 건 아니지만 읽기도 하더군요. 읽었다고 해야 할지도. 저는 소설을 많이 만났습니다. 한국은 시를 쓰는 시인이 많고 시집도 팔립니다. 일본은 시 쓰는 사람이 얼마 없고 시집이 잘 팔리지 않는가봐요. 그래도 일본에는 오래전에 쓰인 하이쿠나 단카(와카) 같은 게 남아있어요. 그런 거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가진 책은 10만권에서 20만권 사이라고 하는데 20만권에 가깝겠지요. 제가 맨 처음에 한사람이 평생 읽을 수 있는 책이 어느 정도나 될까 말한 건 이것 때문입니다. 저는 아직 몇천권밖에 읽지 못했어요. 언제 일만권이 될지. 책을 일만권 읽으면 어떤 느낌이 들지, 한번 거기까지 가 보고 싶습니다. 책 일만권 만나도 지금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해 보는 거 괜찮겠지요. 책을 많이 깊이 읽기는 좀 힘들겠습니다. 아주 깊이는 아닐지라도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생각하면 낫겠지요. 잘 못하지만 그게 제가 책 읽는 방법입니다.

 

 저는 다치바나 다카시 서재를 보고 앞으로 책을 잘 읽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책이 좋아도 가끔 힘들기도 해요. 그런 때를 잘 넘기고 싶습니다. 책을 즐겁게 만나면 괜찮을까요. 책을 잘 읽는 방법은 달리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질문하기가 생각나는군요. 그것도 좋겠고 그것보다 쉽게 생각하면 그저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펴고 읽으면 되겠지요. 앞으로 제가 어떤 책을 만날지 기대됩니다.

 

 

 

*더하는 말

 

 이 책을 봤을 때는 저런 생각을 했는데, 시간이 흐른 지금은 다시 책읽기 힘들다 생각합니다. 난 이걸 왜 하지, 하는 생각도 들고. 책은 많지 않지만 조금씩 늘어나는 책 때문에 조금 걱정스럽고, 많지 않지만 쌓아둔 게 있어서 그걸 보면서 저게 무너지면 어쩌나 합니다. 실제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책이 무너졌습니다. 그 생각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얼마나 정리를 못하면 그럴까 싶지요. 맞아요, 전 정말 정리 못합니다. 이런 창피한 말을. 책을 잘 정리해둘 곳이 없어요. 책 아주 많은 사람보다 많이 적은 편인데도 그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군요. 저 같은 사람은 많은 것보다 적은 게 더 낫다고 봅니다. 조금이라도 줄이면 좋을 텐데. 버리기 아까운 마음도 들고 정리하기 귀찮은 마음도 들어서 아직은 그대로 둘까 합니다. 조금씩이라도 정리하면 낫겠지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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