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편지를 썼어. 이런 말 처음이 아니지. 어릴 때 하다가 자라고는 안 하는 것도 있겠지만, 편지 쓰기는 언제 하든 괜찮지. 이건 어릴 때만 하는 게 아니야. 편지를 써도 시간이 흐르면 그걸 받는 사람이 바뀌기도 하겠어.
난 말을 잘 못하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어. 편지는 말이기도 해. 편지 써서 친구를 사귀고 싶었어. 그건 늘 잠시였어. 지금 생각하니 아쉽군. 처음엔 편지 받는 게 괜찮아도 갈수록 쌓이면 싫을지도 모르겠어. 나 혼자서 하는 말처럼 보였을 테니 말이야. 어쩐지 미안하네. 편지는 받을 사람을 생각하고 써야 하는데, 늘 그러지 못한 것 같아.
해가 바뀌고 새해가 오면 이번에도 편지 써야지 생각해. 2026년엔 어땠더라. 다르지 않았겠지만, 편지 못 썼어. 편지만 못 쓴 게 아니군. 책도 별로 못 보고, 봐도 잘 못 보고. 책 볼 때 집중이 안 될 때가 많더라고. 내가 한해 동안 책을 얼마나 보든 편지를 어느 정도나 쓰든 아무한테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텐데. 아니 나 자신이 있군. 책을 깊이 보고 책 이야기를 잘 쓰는 것보다 많이 보고 싶고 편지도 자주 쓰고 싶어.
오랫동안 글씨 많이 써서 손가락이 아프다고 한 적 있는데, 그 뒤로 글씨 덜 썼더니 손가락은 나았어. 그때 병원에 가야 하나 하다 자꾸 미뤘는데, 손을 덜 쓰니 낫더라고. 그래도 몇 달 걸렸어. 다른 건 잘 안 써도 안 낫는군. 손가락 안 아프니 글씨 좀 써도 될 텐데(아주 안 쓰는 건 아니야). 손가락 아팠을 때 편지 못 쓰면 어쩌나 했는데. 이제는 써야지. 내가 쓰는 편지 재미없지만. 그래도 우표 붙은 편지 받는 기분은 좀 좋겠지.

몇해 만에 우편요금이 올랐어. 그동안 등기는 조금씩 올랐지만, 일반요금은 그대로였어. 이번에 칠십(70)원이나 올랐어. 이제 일반 우편요금은 오백(500)원이야. 이거 비싼 걸까, 싼 걸까. 다른 나라보다 쌀지도 모르겠어. 그러니 다른 때보다 많이 올랐다고 불평하지 않아야겠어.
아직 편지나 등기 배달 그대로길 바라. 시간이 더 가면 택배만 남을지도 몰라. 그때는 우표도 우체통도 모두 사라지겠군.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우체국이 두 곳이었는데, 한곳은 지난해 시월까지 하고 문 닫았어. 그 우체국 앞에 있는 우체통에 편지 넣었는데. 한곳이라도 남아서 다행이야. 이제는 그쪽에 편지 넣어. 우체국뿐 아니라 은행도 줄어들고 있겠지. 은행이나 우체국에 가기보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기로 다할 테니 말이야. 그렇다 해도 모두가 그렇게 하는 걸로 바뀌지 않기를 바라. 그건 더더더 나중이길.


우체국 문 닫는다는 말이 쓰인 현수막을 보고 우체국 없어지기 전에 사진으로 담으려고 갔더니 우체국 앞에 차가 있더군. 그건 안 들어갔으면 하고 기다려도 차가 안 가서 어쩔 수 없이 그냥 담았어. 한곳에 오래 서 있으면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기도 하는군. 우체국이 문 닫고 얼마 안 됐을 때는 문만 닫혀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됐을지. 시간이 흐르면 저기에 우체국이 있었다는 거 아는 사람이 얼마 없겠어.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