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지는 가을에만 쓰는 게 아니지. 언제 쓰든 괜찮아. 그렇게 생각하는데 가을에 더 편지 쓰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기도 해. 그럴 때 이 책 《츠바키 연애편지》를 만난다면, 그게 어느 철이든 편지 쓰고 싶을 것 같아. 내가 그렇군. 이번에 만난 오가와 이토 소설 ‘츠바키 연애편지’는 《츠바키 문구점》과 《반짝반짝 공화국》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야. 이어지기는 해도 앞에 두권을 안 보고 이걸 봐도 그렇게 이해가 안 되지는 않아. 이걸 처음에 만나면 앞에 이야기도 보고 싶어질 것 같아. 난 세번째 이야기가 나올지 몰랐어. 그저 두번째로 끝이겠지 했는데. 다음 이야기도 나올까.
일본 가마쿠라는 많은 사람이 가는 관광지기도 한가 봐. 가와바타 야스나리도 거기에 살았다던가. 나쓰메 소세키도 상관있을 텐데. 두 소설가 이름은 여기에도 나왔군. 가마쿠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많을 거야. <슬램덩크>도 있지. 난 어떤 곳에 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아. 나는 그래도 많은 사람은 소설이나 영화 무대가 된 곳에 가고 싶어할지도 모르지. 거기에 가면 소설속 인물이 떠오를지도 모르겠어. 뒤에 옮긴이 글을 보니 그런 말이 있더라고. 이 소설에 나온 가게에 가고 다른 곳에도 갔다는. 바다가 보이는 곳은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거기에는 많은 사람이 가는가 봐. 갑자기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 생각나는군. 그 책도 가마쿠라가 배경이야.
포포라고 하는 아메미야 하토코 외할머니는 츠바키 문구점을 하고 다른 사람 편지를 대신 써주는 일을 했어. 할머니가 포포를 길러주었는데, 포포는 집을 나가고 할머니가 죽고 난 뒤 집으로 돌아오고 할머니 일을 이어서 했어. 할머니 일을 이어서 하면서 모리카게 미츠로를 만나고 결혼했어. 앞에 나온 이야기 짧게 말했군. 이번 이야기는 포포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고 두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된 뒤, 다시 편지 대신 쓰는 일을 시작하는 거야. 거의 한해 동안 일이 나오는군. 첫번째 이야기에서 어렸던 큐피(미츠로 딸, 엄마 미유키는 묻지마 살인사건 희생자)는 어느새 중학교 3학년이 됐어. 반항기가 찾아왔더군. 그 반항기는 포포가 부른 거나 마찬가지였어. 큐피가 시간이 흐르고 자기 생각이나 마음을 포포한테 편지로 써서 다행이다 싶어. 마담 칼피스(포포는 사람 이름이 아닌, 별명을 짓고 그걸로 말해)가 포포한테 시간 약을 말했는데,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시간이 약인 일이 많지. 그것도 있고 포포와 큐피가 함께 이즈오섬에 간 게 도움이 됐을 거야. 이 말을 먼저 하다니.
편지 쓰기를 다시 시작한다고 하니 손님이 왔어. 첫번째는 포포 친구로 시어머니한테 말하고 싶은 걸 쓰는 거였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 결혼을 앞둔 딸한테 보내는 편지. 이때는 포포가 의뢰인을 만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어. 늘 그러던가. 돈을 많이 주겠다는 편지 쓰기도 있었어. 반려동물 수입식품 광고 같은 글이었어. 포포는 그 일은 편지와 달라서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다가 결국 해. 그걸 부탁한 사람 모습은 야쿠자 같은가 봐. 실제 야쿠자는 아닐 거야. 이른 나이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이 자신한테 쓰는 편지. 요즘 나이가 많은 사람이 운전하다 사고 내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 그런 건 한국도 다르지 않군. 나이 많은 아버지가 운전면허증을 반납하기를 바라는 편지. 그건 어머니가 쓴 것처럼 했어. 부모님한테 커밍아웃하는 편지도 있어. 어떤 건 말보다 글이 더 잘 전달되기도 할 거야. 포포는 편지 써달라는 사람 이야기를 잘 듣고 그 사람이 되어서 편지를 썼어. 그런 거 참 대단하군. 난 나로만 쓰는데. 그건 당연한 거군. 내가 쓰는 거니 말이야.
할머니는 처음부터 할머니는 아니지. 할머니한테도 어린시절 젊은시절이 있었잖아. 책 제목과 같은 연애편지는 할머니가 쓴 거야. 불륜이었지만. 할머니가 편지 쓴 상대는 포포 할아버지인 듯해. 처음엔 포포가 할머니가 연애편지 쓴 걸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할머니가 좋아한 사람이 있어서 엄마와 자신이 있다는 걸 깨달아. 정말 그렇군. 예전에는 이웃에 바바라 부인이 살았는데, 지금은 시끄러운 소리를 참지 못하는 사람이 살았어. 아파트도 아닌데 소리가 들릴까. 일본 집이 어떤지 내가 잘 모르는 걸지도. 포포는 그 일을 꽤 마음 썼는데, 이웃 사람을 집에 초대하고 이야기를 하고 좀 나아졌어. 바바라 부인이 그렇게 하라고 했군. 모르는 사람일 때는 참기 어려운 것도 알고 나면 전과 달라질 거야. 앞으로는 좀 더 나은 이웃으로 지낼지도.
이 책을 보고 나니 편지 쓰고 싶어졌어. 여기 나온 건 다른 사람 대신 편지 쓰는 거지만. 그거 말고도 포포가 큐피한테 큐피가 포포한테 쓴 편지도 나와. 엄마와 딸이 쓴 편지군. 큐피가 어릴 때는 포포한테 자주 편지 썼는데. 그 이야기는 첫번째 책에 나와. 예전에 봤던 사람도 여전히 잘 지냈어. 다음 이야기 나와도 괜찮겠어.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