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a room of her own: 누추합니다
오랜만에 책을 빌릴 일이 있어서 동네의 큰 도서관에 갔다가 전부터 읽고 싶었던 백석 시집을 찾아봤다.

책장에 꽂힌 여러 판본의 시집 중에서 두 권이 눈에 띄었는데 한 권은 알라딘 리뷰에서 자주 소개된 고형진 교수가 엮은 정본 시집이고 다른 하나는 이지나 교수가 편집한 원본 시집이다.

정본 시집에도 맨 뒤에 원본이 꽤 두툼하게 덧붙여 있는데 발표된 당시의 작품을 이 책의 활자에 맞게 읽기 쉽게 새로 편집해서 옮겨 놓은 것이다.

반면 원본 시집은 영인본(원본 자체를 사진 촬영해서 그대로 복제해 놓은 편집본)으로서 당연히 우종서이고 누가 그린 건지 그림이 같이 수록되어 있는 시가 많아서 흥미로웠다. 수록된 시집은 <사슴>과 사슴 이후에 발표된 시를 한데 묶어 편집했는데 수록 시는 정본 시집과 겹치는 게 많다.

백석 시 연구자가 아닌 일반인이 읽기엔 역시 정본 시집이 읽기 편한데다 시를 혼자 속으로 읽는 현대시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결국 현대적인 형태의 정본시집을 골랐지만, 시를 낭독하면 70-8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질 것만 같은 원본 시집 역시 충분히 매력적이다.

읽고 싶은 대로 아무 페이지나 열어보며 몇 편씩 들여다 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사슴에 수록된 시 보다 이후에 발표된 시가 더 좋다.

이담에 <백석 평전>까지 읽고 나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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