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책이 있는 풍경
  • 감정 채굴
  • 에바 일루즈
  • 12,600원 (10%↓700)
  • 2026-06-22
  • : 3,675



다락방님의 서재를 통해 알게 되었고, 두껍지 않은 책이라 마음 편히(?) 집어 들었다. 별스타그램의 지배가 점점 공고화되는 이 시대에(축! 별스타그램 삭제), 감정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소비되는지에 대한 에바 일루즈의 고찰이 엿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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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스템(‘좋아요‘)을 도입한 이래로 수조 개에 달하는 ‘좋아요‘가 클릭되었다. 이는 시스템 내에 긍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흐르게 하려는 의도적인 시도의 결과였다. ‘좋아요‘ 버튼은 관심 분배의 결정적인 도구이기도 하다. ‘좋아요‘가 내 친구들의 피드에 나타나게 하고, 알고리즘이 그 게시물을 주목해서 반응하게끔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능동적 참여의 순환이 유지된다.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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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의 진풍경은 알라딘 서재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북플이 등장한 시기와 비슷한 걸로 기억하고 있다. 그전에는 '좋아요'가 아닌 '추천'이었던 것 같고, 추천 전에는 다른 표현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동감과 감동도 '좋아요'이긴 하지만, '추천'과 '좋아요'는 좀 달라 보이기는 하는데, 아무튼 대세가 '좋아요'인지라 그 거대한 파고를 피할 수는 없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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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 가는 대목은 가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는 지점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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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30년 전. 그날따라 하필 지각을 했는데 빈자리가 없어 맨 앞자리에 앉게 되었다. 평소에는 질문 잘 안 하시던 교수님께서 잘 안 하시던 질문을, 맨 앞에 앉은 학생에게 하시는 것이었다. 왜 오늘이요. 왜 전데요. real과 fiction의 차이, 혹은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말해보라는 교수님. 아... 픽션을 통해서도 인간 현실의 다양함을 표현할 수 있고, 픽션이 현실보다 더 리얼한 경우도 있겠지만, 진실성이라는 측면에서는 픽션보다 리얼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렇게 답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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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리얼이 픽션보다 우위에 있는가. 현실이 가상 세계보다 더 강렬한가. 이제 나는 루시의 용기에 마음을 보태고, 윌리엄의 불륜에 흥분하고, 사이먼의 친절에 사르르 마음이 녹고, 용감한 피비(『웨딩 피플』)의 결단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이다. 잭 리처의 농담에 까르르 웃을 뿐 아니라, 그의 양치 생활에 집착하는, 그런 나인 것이다. 현실이 픽션보다 더 리얼한가. 픽션은 언제나 리얼의 하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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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일루즈는 우리가 맞이할 미래를 전망하는 방법의 하나로 넷플릭스 공상과학 시리즈 <블랙 미러Black Mirror>를 소개한다. 시즌 5의 첫 번째 에피소드가 흥미롭다. 누가 봐도 이성애자인 두 친구 대니와 칼이 나오는데, 대니는 결혼을 했고, 칼은 미혼이다. 온라인으로 각자의 집에서 게임을 하던 중, 싸움 대결을 펼친 후 두 사람의 게임 캐릭터는 서로를 포옹했고, 칼의 게임 캐릭터(록세트, 여자 캐릭터)가 대니의 게임 캐릭터(랜스, 남자 캐릭터)에게 키스를 했다. 몇 초 후, 대니(랜스)는 뒤로 물러났고, 두 사람은 게임을 종료했다. 그다음 주에 두 사람은 게임 안에서 잠자리를 가졌고, 잠자리 후에 칼은 '사랑한다'라고 말했다. 대니는 실제로 키스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칼을 만나러 갔지만, 현실에서 키스를 시도했을 때는 두 사람 모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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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에서의 사랑을 현실로 가져오기 원하는 칼과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려는 대니를 분석하며, 에바 일루즈는 가상 세계가 정신적 고통의 치료제가 될 수도 있지만, 현실에 대한 반응의 차이로 인해 오히려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진단한다. 우리 자신의 내면, 감정, 욕망마저도 자본의 도구가 되어버린 이 세대를 향한 에바 일루즈의 마지막 문장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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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바꾸지 않고 측정하지 않고 개선하지 않는 것에 깃들어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자. 우리는 '그저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 (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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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냥'을 전시가 아닌 온전한 '그냥'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모든 것을 자본화시켜버리는 이 시대에 대척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좋은 '좋아요'는 도대체 어떻게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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