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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있는 풍경














이 책을 읽고 있다. 『The Wedding People』. 이렇게 쓰려고 했는데. The Wedding Poor라고 썼다. 고쳤다. 한글책은 5월에 나왔다, 『웨딩 피플』.

피비가 남편을 만났던 상황을 회상하는 장면이다. 같은 과는 아니지만 캠퍼스 커플이었던 두 사람. 피비가 그때의 남편을 회상한다. 변심해서 피비를 떠난 남편의 과거를 기억한다.

Phoebe knew everybody in the philosophy department must truly love Matt, the way she could already feel herself start to love him. He was the boat captain in everyroom, who made you feel like everything was going to be okay. He would run the internship program and he would help figure out why nobody cared about philosophy anymore and he would publish a book to much acclaim - a book so pupular, he actually made money off it. (123p)

이 문장이 콕 박혀서 역시나 하늘색 펜으로 줄을 그었다. 어떤 사람이 그런 사람인 거는 괜찮다. 어떤 사람은 그냥 그런 거 같다. 그 결정적 요소가 외모인 경우가 많겠으나, 그것 말고 다른 요소도 있을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사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 아름다운 외모에 다정한 성격, 친절할 뿐만 아니라 실력까지 갖춘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아, 이 중요한 자리에서 생각나는 그 남자. 니노 개새. 아무튼 그런 남자가 있다. 피비가 자신의 외모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런 문장은 그래서 기억에 남는다. 나는 어떤 앵글에서만 예뻐요.

And through the eyes of a man falling in love, she could see how spirited Woolf had been, how beautiful she wasat the right angle. Phoebe had always felt this way about herself. Pretty, but only at certain angles. (124p)

그리고 사랑에 빠져 가는 한 남자의 눈을 통해, 그녀는 울프가 얼마나 생기 넘치는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이었는지를 볼 수 있었다. 피비는 늘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똑같이 느껴왔다. 예쁘기는 하지만, 특정한 각도에서 볼 때만 예쁜 사람이라고. (챗지피티 번역)

피비의 남편 맷이 그런 남자인 건 괜찮다. 피비도 괜찮은 사람이에요. 천생연분 선남선녀, 킹카퀸카 러브포에버. 내 관심은 그러지 않은 순간에 있다. 그 괜찮은 사람이 내 사람이 아닌 거는 상관없다.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다른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그 사람을, 나도 좋아할 때. 문제는 그때다. 왜, 나도, 나조차도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걸까. 이런순.

남성이라 일어나는 거부감은 아닌 것 같다. 이를테면 이렇다. 이번 여름에도 대학 동아리 친구들과 1박 2일을 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이 북촌 마을에 모였다. 친구들 중에 S박사가 있다. 내 친구 S박사는 예쁘고, 똑똑하고, 다정하고, 친절하다. 말 한마디, 한 마디에도 사랑과 애정이 담뿍 담겨져 있다. 대학 때부터 인기 절정이었던 S박사는 50이 다가오는 이 나이에도 미모와 체력을 잃지 않았다. 여전히 예쁘고, 한결같이 바지런하다.

이른 저녁을 먹고 느지막이 북촌 마을을 걷는 뜨거운 여름밤, S박사 옆을 걸으며 내가 물었다. "친구야! 남편도 너 좋아하고, Y(딸)도 너 좋아하고, 너의 어머니(현재 모시고 살고 있음)도 너 좋아하시지. S(시집간 조카)도 너 좋아하고, S남편도 너 좋아하지. 너 학생들도 다 너 좋아하고, 네가 논문 봐주는 중국 박사들도 다 너 좋아하지. 너희 시부모님도.... 너 좋아하지. 다 너 좋아해?" "응!"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S가 명랑하게 대답했다. "친친이도. 친친이도 날 제일 좋아해." 친친이는 친구 가족의 귀염둥이(이지만) 12세의 노묘이다. 아니, 친친이도? 아니 어떻게. 가족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그중에 꼭 한 두 명과는 삐걱대는 게 우리네 인생사다), 일로 대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사랑받을 수 있단 말인가. 내 친구는 타고난 성정과 여전한 미모, 그리고 각고의 노력으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그건 좋은 일이다. 그런 사람이 내 친구인 것도 좋은 일이고.

문제는 그다음이다. 나도 S박사가 좋다는 거. 그게 진짜 문제다.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도 나는 그 애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다. 그 애의 칭찬은 언제나 마음속의 큰 위로가 된다. 내 이야기에 환하게 웃어 줄 때, 성공했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러니깐, 다들 좋아하는 S박사를 나도 좋아하니, 그게 문제다. 사실 내 이야기에 빵빵 터지는 사람은 다른 사람인데. 언니가 이 방에서 제일 웃겨요, 했던 사람은 다른 사람인데... 아... 이를 어쩌나.










좋아하는 사람 이야기하니깐 사이먼 생각난다.

그들이 샹젤리제를 따라 함께 걸으면, 여자들이 그를 보려고 고개를 돌렸다. 그는 키가 무척 크고 아름다웠으며 위엄이 있었고, 결코 그녀들을 돌아보지 않았다.(『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290쪽)

사이먼이 키가 크든 말든, 아름답든 말든, 위엄이 있으면 있을 것이고, 없으면 없을 것이지. 그게 도대체 나랑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문제는 나도 사이먼을, 아일린처럼 사이먼을 좋아한다는 데 있다.










『사랑의 가설』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올리브는 같은 과의 교수 애덤과 이런저런 이유로 사귀는 사이로 지내게 된다. 첫 번째 데이트, 애덤을 만난 바로 그날, 올리브는 퍼뜩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애덤이 잘생겼다는 것. 아, 애덤 교수 잘생겼네. 내내 몰랐어. 그러든 말든.

"음료 나왔습니다." 카운터에 두 사람의 음료가 놓였다. 올리브는 금발의 바리스타가 컵 뚜껑을 꺼내려고 몸을 트는 애덤을 티 나게 훑어보는 게 자신과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사랑의 가설』, 262/1302)

다른 사람이 애덤을 티 나게 훑어보건, 쫓아오건, 전화번호를 물어보건 그게 당최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하고는 상관이 없는데, 아무 상관이 없고 전혀 상관이 없다. 문제는 나도 애덤을 좋아했을 때 일어난다. 내가 애덤을, 나도 애덤을 좋아했을 때가 문제다.










나의 사랑이 타자의 사랑을 강제하지 못하는 비극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타자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자유를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사랑의 비극이 우리로 ‘자유’의 문제에 대해 숙고하도록 만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상대방도 나를 사랑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이것은 그가 나와 마찬가지로 자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 304/770)


그 사랑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그가 '자발적으로' 나를 사랑해 주는 것. 나의 강제와 협박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의 온전한 의지로, 내가 그를 사랑하듯 그가 나를 사랑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내 사랑에 응답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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