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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있는 풍경
  •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 레이 커즈와일
  • 27,000원 (10%1,500)
  • 2025-06-13
  • : 37,058



이병한, 김대식에 이어 레이 커즈와일의 책을 읽는다.

<제1장 우리는 여섯 단계 중 어디에 있는가>에서 저자는 2029년을 4단계에서 5단계로 넘어가는 지점으로 보았다. 4단계 마지막 지점에서 나노봇이라는 미세 장치를 사용해 인간 뇌 속 신피질 최상층과 클라우드의 연결이 가능해진다.




저자는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인간이라는 존재에서 다른 존재로 진화할 수 있다고 보는데, 인간 신피질의 확장을 통해 인지 추상 능력의 도약을 가져올 것이라 추측한다. 신피질의 확장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는 과알못인 내가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과학 기술이 의학과 결합하면서 인간 육체의 실제적 한계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안경을 통해 시력을 보완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인공관절, 스텐트 삽입, 인공심장(좌심실 보조 장치)을 통해 인간이 새롭게 거듭난 것처럼, 인간은 앞으로도 더 강한 인간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되고야 말 것이다.

뇌의 확장을 넘어서서 뇌의 복제와 관련해서는 의식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이와 관련해 범원형심론 panprotopsychism(의식을 우주의 기본적인 힘처럼 취급함) 쪽인데, 범원형심론은 역사적으로 주요한 두 사조인 이원론과 물리주의의 중간 입장이다. 이원론은 의식이 보통의 '죽은' 물질과 완전히 다른 종류의 물질에서 생겨난다고 주장하는데 반해, 물리주의(유물론)는 의식이 전적으로 우리 뇌에 있는 일반적인 물리적 물질의 특정 배열로부터 나타난다고 주장(123쪽) 한다.

결정론과 창발, 자유의지에 대한 부분은 미뤄두기로 하고, 저자가 제시한 비교적 쉬운 가정을 따라 '의식'에 대해 생각해 보자. 어떤 사람이 첨단 기술을 사용해 자신의 뇌의 한 부분을 조사한 뒤, 그것을 전자적으로 정확하게 복제했다고 치자. 그다음에 두 번째 작은 부분, 그리고 또다시 작은 부분을 계속 복제해 이 과정이 끝날 무렵, 뇌의 완전한 복제본이 컴퓨터화된 형태로 생겼을 때, 이 '두 번째 나'는 의식이 있을까? 이 '두 번째 나', '전자적 뇌'는 처음의 그 사람이 가진 것과 동일한 경험을 모두 갖고 있다고 말할 것이고, 그와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이 두 번째 '나'는 첫 번째 '나'와 같은 존재인가?

간단히 말해서, 전자적 뇌가 생물학적 뇌와 동일한 정보를 갖고 자신에게 의식이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의 의식을 설득력 있게 부인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윤리적으로 그것을 의식이 있고, 따라서 도덕적 권리가 있는 존재로 대우해야 한다. 이것은 맹목적인 추측에 불과한 게 아니다. (135쪽)


나는 안경을 쓴다. 또렷하게 보이고 싶을 때 콘택트렌즈를 사용한다. 백내장 수술을 받으신 엄마는 렌즈 삽입술을 같이 받으셨고, 그렇게 엄마의 시력은 확장되었다.

하지만, 내 육체의 신체적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기계의 보조적 사용이라는 측면을 넘어, 내 뇌가 전자적 뇌로 변환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동시에 끔찍한 일이기도 하다. 복제가 가능하다는 건, 그 복제가 단 한 번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간의 고유성이 사라지는 순간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할 때, 나는 그 '다른 나들'의 출현을 기뻐할 수 있을 것인가.

자연적이고 생물학적인 사람만큼 복잡한 인지를 가진 레플리컨트는 정말로 의식을 갖고 있을 것이고, 자신이 원래의 그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자신이 바로 그 사람이라는 믿음은 그가 사망한 사람과 동일한 사람이라는 걸 뜻할까? 이에 대해 누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151쪽)


나의 뇌를 다운받은 레플리컨트, 그 레플리컨트는 자신 역시 의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그렇게 '주장'할 것이다. 나의 기억과 경험을 완벽하게 체현한 또 다른 나의 등장. 그 새로운 ‘나’가 무쇠팔, 무쇠다리를 장착하게 된다면. 휴머노이드 최신형으로 인간의 피부에 가까운 형태를 재현한다면. 아프지 않고 피곤을 느끼지도 않으면서 내 욕망의 실현과 달성에 진심이라면. 얼굴이 장원영이라면. 나는 이 또 다른 '나'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그녀/그를 어떤 존재로 인식할 것인가. 그대로의 '나'와 또 다른 나인 그/그녀는 어떻게 함께 지낼 수 있는가.





우리의 정체성을 이해하려고 할 때, 우리가 존재하기 위해 믿기 힘들 정도로 확률이 낮은 사건들이 놀랍도록 계속 이어졌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실로 경이롭기 짝이 없다. 나를 만들려면 우선 부모가 만나 아기를 만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특정 정자가 특정 난자와 만나야 한다. 우선 어머니와 아버지가 만나 아기를 갖기로 결정할 확률도 추정하기가 어렵지만, 나를 만들기 위해 특정 정자와 난자가 만날 확률만 하더라도 200경분의 1에 불과하다. 대략적인 추정에 따르면, 평균적인 남자는 평생 동안 정자를 약 2조 개 만들고, 평균적인 여자는 약100만 개의 난자를 갖고 태어난다. 따라서 나의 정체성이 나를 만든 특정 정자와 난자의 만남에 달려 있다면, 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200경분의 1이다.- P141
빅뱅이 일어나고 나서 1초이내의 밀도 계수(기호로는 2)가 1000조분의 1만 달랐더라도 우주에 생명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밀도 계수가 조금만 더 컸더라면, 빅뱅과 함께 사방으로 흩어진 물질이 별들이 생기기 전에 중력에 붙들려 다시 붕괴했을 것이다. 만약 밀도 계수가 조금만 더 작았더라면, 팽창이 너무나도 빨리 진행돼 애초에 물질이 뭉쳐 별이 생기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P144
천문학자 휴 로스 Hugh Ross의 유명한 표현을 빌리면, 이 모든미세 조정이 우연히 일어날 확률은 "폐품 처리장에 몰아닥친 토네이도의 결과로 보잉 747 비행기가 완벽하게 조립될 확률과 같다.-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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