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로 운동 3일차다. (며칠 전 상황. 이후로도 똑같음)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체육 시간에 나무 그늘 밑에 숨어 지내던 내가, 헬스장 정기권을... 어쩔 수 없이, 하는 수 없이, 불가해한 이유로 결제하고야 말았다. 아파트 안 헬스장이라 사우나까지 이용 가능한데도 가격은 저렴하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나는 거기에 가는 그 시간이... 너무 아깝다. 농담처럼 돈을 내고 운동하는 건 택도 없으니 누가 돈을 주면, 그러니까 헬스장 이용비 내주고 헬스장 가는 내 노고에도 비용을 지불해주면 운동을 가겠다 하긴 했는데...
간만에 모인 친구들 사이에서는 역시나 운동 이야기가 나왔다. 무슨 운동을 하고 있느냐, 그건 어떤 효과가 있느냐, 너에게 잘 맞는 운동을 찾아서 다행 아니냐, 이런 이야기를 하던 중, 누군가 내게도 무슨 운동을 하고 있느냐 묻기에 나는 100번 반복했던 동의보감의 바로 그 이야기. 많이 먹고 많이 운동하는 것보다 적게 먹고 덜 운동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친구들은 이게 가능한 건 너가 아직 아프지 않기 때문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는데 그게 바로 10여 년 전 얘들 학교 친구 엄마들, 주로 나보다 6-10세 많은 언니들에게 들었던 바로 그 이야기와 완벽하게 똑같다. 아파서 운동하는 거라고. 운동하고 나면 덜 아프다고.
아직 아프진 않지만, 심각한 운동 부족인 건 사실이고. 자료 화면 나갑니다.

원래는 새해를 맞이하여 신나게 시작해 보려 했으나, 정기권 할인 행사가 늦어지는 바람에 늦게 시작하였고, 늦게 시작하고도 일주일 이상을 안 가다가 겨우 3회를 다녀왔는데. 아... 괴롭다. 안 가고 싶다,를 노래하며 가방을 챙기고, 걸어가면서도 계속 구시렁거린다.
운동이라 이름 붙이기 뭐할 정도인 운동을 하는데도 그렇다. 빠르게 걷기를 20분 하고, 자전거 타기를 20-25분 하고 씻고 돌아온다. 이렇게 하니 당연히 땀은 안 나는데, 그래도 샤워하러 들어간다. 샤워하는 시간이 즐거워 그나마 다행이다. 집에서는 저렴한 대용량 샴푸, 대용량 린스, 대용량 바디워시를 사용한다. 바디 오일은 안 된다고 해서 향이 좋은 바디 로션을 하나 구입하려고 한다. (구입 완료^^) 바디 로션의 향을 위해 운동가기로 마음먹는 이내 마음 내 마음.
둘째 날이던가. 물론 셋째 날에도 그랬겠지만, 자전거에 앉아 페달을 돌리는 데 돌릴 힘이 없는 게 아니라, 돌리고 싶지가 않았다. 하지만, 페달이란 자고로 돌려야 하고, 나는 그래야만 하기에, 자전거에 엎드려 페달을 돌렸다. 하반신은 페달을 돌리고 있었지만, 상반신은 이런 모습. 딱, 이런 모습이었다. 나는 자전거 위에 엎드려져 페달을 돌리는데 돌릴 수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페달을 돌린다. 돌리고 돌리고.

눈앞 러닝머신 위에는 달리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여자, 남자, 젊은 사람, 나 이든 사람. 모두 다 앞을 바라보며 빠르게 걷고 빠르게 달린다. 묻고 싶다. 가능하다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왜 운동하시는 거에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운동하는 게 싫지는 않으신 거구요? 일주일에 몇 번 운동하시는 거에요? 한 번에 몇 분씩 운동하시는 거죠? 운동하고 나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운동을 오지 않은 날에는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운동을 하거나, 하지 않았을 때 신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나요? 그러니깐, 왜... 왜, 운동하시는 거예요?


지지난주에 한 건, 지난주에 한 건. 투 스트라이트로 정신이 혼미했다.
아침에는 작은 아이 10분 라이딩을 해주고, 짬짬이 대학생이랑 놀았다. 구두를 보러 나가고, 테일러 스위프트 전시 행사 가는 길에 함께 했다. 예쁜 친구랑 밀크티를 마시고 제인 에어를 선물받았다. 아빠 백내장 수술 받으시는 병원 쇼파에 앉아 잔소리하는 엄마를 말리며 '오늘은 아빠 수술이니깐 잔소리는 여기까지만~'을 이야기하고, 멀리 사는 동생이 알아봐달라 해서 은행에 다녀왔다. 영어 동영상을 몇 개 찾아보고, 읽고 꽂아두었던 책을 책장에서 마침내(!) 찾았고, 거실 책상 위에 쌓아둔 책을 책장에 꽂았다. 그렇고 그런, 뻔하고 심심한 일상을 보내면서도 퍼뜻 생각이 찾아들면 어떻게 할줄 몰라 당황스러웠다.
A가 아닌 B로 선택한 건 잘한 선택이었나. A를 더 기다렸어야 했을까. A는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B는 나를 반겨줄까. 1년도 아닌 7개월 단기 계약직. 무기 계약직 전환이 불가하다는 계약서에 싸인하는 내게 그건 정말 쓸데 없는 걱정이 아닌가. 하지만 이제 그 무엇도 돌이킬 수 없다. 그렇게 됐고, 그렇게 되어 버렸다.
샤워를 할 때, 청소기를 돌리고 있을 때, 나는 분명 여기에 있는데, 내 생각은 한없이 과거로, 과거의 말로, 과거의 행동으로 역행해간다. 나의 진심이 가 닿을 것인가. 나의 기도가 가 닿을 것인가에 대한 염려와 걱정은 금세 후회와 죄책으로 넘어가버린다. 내 진심이 얼마나 진실했는가가 무슨 상관일까. 이것은, 이런 상황은 바로 나 자신의 실패가 아닌가. 그게 틀린 생각이라는 걸, 터무니없다는 걸 아는데도, 알고 있는데도 내 일부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실패했다고. 잘못했다고. 부족했다고.
그리곤 윤가의 구속취소 결정과 석방이 있었는데, 투 스트라이크에 원 스트라이크. 아웃! 아웃이다. 에라, 모르겠다,의 심정. 어떻게든 되겠지. 설마 탄핵이 안 되겠어. 주문처럼 반복하다가도 무슨 개선장군마냥 카 퍼레이드 하는 모습이란. 아이구, 에구.
일단 책을 샀다. 두고 보자. 두고 보자, 내란 세력. 두고 보자, 멧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