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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티안님의 서재
  • 클래식의 클래식
  • 이영록
  • 18,000원 (10%1,000)
  • 2024-01-29
  • : 1,944

클래식 음악을 특별히 좋아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는 재밌게 봤고 사회평론의 클래식 관련 교양서 『난생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시리즈를 좋아한다. 드라마를 본다고 클래식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지는 않고, 『난생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시리즈는 음악가 한 사람 한 사람을 중심으로 그의 음악 세계를 대략적으로 훑어본다. 그래서 음과 선율, 화성, 리듬 같은 클래식 음악의 기본 요소부터 클래식 곡의 구조와 형식까지 하나하나 분석해서 살펴본다는 이 책이 클래식 음악 자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문제는 '어느 정도 초보 단계는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가 이 책의 타깃인데, 그것을 간과한 것이다. 읽으면서 깨달았다. 나는 내가 뭐를 모르는지도 모르는 초보였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것은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책 전체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해했다. 그러나 작가가 공대 출신답게 과학에 근거해서 설명한 배음의 원리는 이해하지 못했다. 화음은 초중고등학교 때 음악 시간에 배운 것과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배울 때 익힌 코드 개념을 더듬어보고, 직접 오선지에 음들을 그려가며 겨우 이해했다. 템포의 경우 ♩=120로 연주하는 것과 ♩=124로 연주하는 것, ♩=128로 연주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내 귀로는 구별이 안 된다. 그래도 같은 곡인데도 연주자나 지휘자에 따라 빠르기도 그에 따른 느낌도 다른 것은 QR 코드로 실린 연주들을 듣고 실감하게 되었다. 악보를 읽을 줄은 알고, 악보에 어디가 몇째 마디인지 군데군데 표시도 되어 있고 저자도 악보에서 유의해서 들어야 할 부분은 표시해 놨지만 두세 페이지에 걸친 긴 악보에서는 지금 어디를 연주하는지 헷갈린다. 클래식 음악을 기본 요소로 쪼개고 비유와 악보, QR 코드의 음원의 힘을 빌려 직관적으로 설명하기는 하지만, 이 책은 확실히 중급 클래식 애호가들을 위한 책이다. 클래식 동호회에서 수년 동안 활동해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회원들. 나는 동호회원조차 아니고, 음악은 틀고 싶은데 가사가 없어 집중에 방해가 되지 않는 음악이 필요할 때만 클래식 음악을 찾으니 이 책을 완전히 이해할 내공이 없다.

그래도 나 같은 초보도 대략적인 내용만 이해해도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데 기초는 다질 수 있다. 한없이 어려워 보이는 클래식 음악은 사실 음과 리듬, 화성이라는 재료를 나름의 규칙과 작곡가의 상상력에 따라 조합하고 변형하며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마치 블록을 쌓는 것 같은데 어떻게 쌓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건물이 되는 것과 같다. 아주 단순한 주제가 반복과 변주를 거쳐 하나의 곡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즐길 수 있다면 클래식 음악을 더 깊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이해하게 됐다는 점에서 이 책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나 같은 초보에게도 이 책은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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