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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은 어쩐지 저같은 사람 (문과생)은 읽을 수 없는 분야 같습니다. 어마어마한 숫자와 과학 지식이 있어야만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고 말이죠.
제가 지금도 사주명리학을 공부하고 있고 이 공부를 하기 전에 동양철학을 몇년간 배운 적이 있어요. 그때 수업시작 전에 무조건 낭송을 하고 시작해야하는 작은 책자가 있었는데요. 소리내어 읽는게 정말 기억에 도움이 되는지 입으로 외운 그 말들이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28수
동청룡 각항저방심미기
서백호 두우여허위실벽
북현무 규루위묘필자삼
남주작 정귀유성작익진

이게 동양의 별자리라고 하는데 서양식 별자리에 익숙한 저한테 이 이름이 낯설고 입에 잘 붙지 않더라고요. 근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농사를 짓기 위해 하늘을 관찰하는게 중요했을테고 그 중요한 직책을 맡은 이들을 상상하니 숭고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별자리를 태양과 달이 지나가는 길의 가로수 같은 존재로 이름을 붙여놓고 부른 모습은 정겹게 느껴지기도 했었어요.

이 책을 쓴 천문학자도 멀고 어렵게 느껴지는 천문학이 아니라 일상적이고 어쩌면 정겨운 이야기들로 이 책을 채웠네요.

천문학자인 저자는 어린왕자를 읽으면서 직업병의 영역으로 흘러가버리는 정신을 부여잡기도 하고 수성에서는 일몰시간이 16시간쯤 걸리니까 일몰을 사랑하는 게으름뱅이에게는 딱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소설 속 주인공이 바라보는 달의 모양이 사실과 달라서 전전긍긍하기도 하고요.
해지는걸 보러가는 어린왕자를 만나면 해 지는것을 보려면 어느쪽으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겠다며 천문학자의 쓸모를 생각하기도 하죠.

박사학위를 받고 강의를 하고 공부를 하는 고학력자?이지만 아이를 키울때는 여전히 힘든 상황을 맞닥뜨리는건 다 똑같나봐요. (물론 비슷한 상황이겠지만 새삼 아이 키우기 힘든 사회임을 또 느낍니다.) 또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여성으로서 느꼈을 불이익에 대해서 이야기 해줍니다.


엄마가 일을 한다는 것. 이 짧은 문장 속에는 너무도 많은 한숨이 응어리져 있다.

‘엄마가 돌보면 더 좋은 이유‘는 될 수 있어도 ‘엄마가 돌보는 게 당연한 이유‘는 아니다.

고산이 이소연으로 교체된 사건은, 남자의 자리를 여자가 대신한다는 충격으로 퍼져나갔다.
이소연이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생명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우주정거장에서의
실험을 수행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전문가라는 점은 쉽게 무산되었다.


미혼의 박사과정생이었던 이소연에게 기자는 ‘골드미스‘라는 단어를 꺼냈다
우주에서는 노화가 빨리 진행된다는데, 여성이니 피부 문제에 신경쓰이겠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서 여자가 아이 키우며 일하기 좋은 곳은 어디일까 생각해봅니다. 사람을 하나의 소우주라고 하잖아요. 아이를 키워내는 일은 우주를 만들어 내는 일과 같다고 할 수 도 있을텐데 여전히 너무 어려운 일 같아서 마음이 울적해집니다.

우리가 우주적 존재라고는 하나 우주적인 사건? 랑데부하나 없이 산다고 지금 너무 재미없고 특별한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 별에서 태어나 우주 먼지로 떠돌던 우리가 이 지구를 만난 건 그야말로 우주적으로 멋진 랑데부‘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 문장을 곱씹어 보면 지금 제가 이곳에서 살고 있는게 눈물이 날만큼 감동적이고 벅차오르지 않나요?

지금 사는게 힘들다면 우리의 지구를 생각해봐요. ‘소행성은 공룡을 포함해 지구 생명체 일부를 몇 차례나 멸종 시켰지만, 그래도 지구에는 흐드러지게 생명이 꽃피었다. 위기를 이겨낸 우리의 마음속에도 언젠가는 봄꽃이 간질간질 피어나리라.‘ 지구도 힘내서 꽃피고 잘 살고 있으니 지구 생명체인 우리도 잘 이겨내서 봄꽃을 피워보는걸로.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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