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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님의 서재
  • 네 번째 책상 서랍 속의 타자기와 회전목마에 관하여
  • 김운하
  • 13,050원 (10%720)
  • 2018-05-31
  • : 399
오월. 향기롭고 아름다운 장미가 온통 세상을 채우고 있는 때, 새로 나온 한권의 책. 이 책은 다름아닌 세계를 담은 한권의 책이 있을까 라는 질문을 차근차근 풀어쓴 김운하 작가의 신작 에세이다. 인문학 책은 맞는 거 같기도 한데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게 소설같기도 한 알쏭달쏭한 면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전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 구석구석에서 보여준 그 무서우리만치 깊고도 방대한 독서량과 그 사려깊은 이해는 책읽는 내내 부럽다못해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이처럼 좋은 책을 세상에 내 놓은 작가와 출판사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들과 함께할수있어서 이 순간 이 세상이 좀더 환해지고 더불어 반짝이는 등대 하나 인생의 길잡이로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 한가지 더, 이 책이 한권이라고 생각했다가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책장을 넘길수록 결코 한 권의 책이 아님을 분명하게 알게 된다.
제 1장에서는 독서의 시작과 독서의 묘미 그리고 이를 알아가는 독자에 대하여 쓰고있다. 엽기발랄한 프랑수아 라블레의 이름도 참으로 그로테스크한 가르강튀아 팡다그뤼엘 이라는 책서문을 소개하며 책읽기의 도저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예기치 못할 즐거움을 소개해 준다.
- 고약한 술꾼, 그리고 매독 환자 여러분, ~~~그리고 너희들, 당나귀 좇같은 놈들아, 다리에 종양이 생겨 절름발이나 되버려라!-
허걱,이 왠말이냐 싶겠지만 책을 그저 접하고 읽는 것만으로도 포복절도 요절복통 지경까지 충분히 재미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하여 인용된 구절이다. 독서주간 마다 엄숙하고 다소곳이 앉아 책을 펼쳐보고 있는 초중고 시절 교정의 독서하는여인 상으로 독서에 대한 다소 고매하며 성실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던 나로서는 이 구절의 오만방자 무례한 직격탄을 맞아 현기증을 느끼며 쓰러지지아니할 수 없었다. 그와 함께 독서는 신전에서 걸어 내려와 내 곁에 서고 있음이라.  맞다. 독서는 허물없는 친구이자 연인이어서 말할 수 없이 다정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스꽝스럽거나 독살스럽기까지도 한다는 점을 상기할 수 있었다. 자, 이제 어떤책을 읽을 것인가. 책읽는 독자는 독서를 하면서 자신만의 오직 자신이 재미있어 할 책을 골라 읽을 자유가 있으니 맘 놓고 선택하라고 김운하 작가는 권유한다. 어떤 책을 선택하거나 그로 인한 즐거움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는 독서하는 자의 권리 보호 및 상호 독서권 불가침의 어떤 의미에서는 독자의 독서 권리조약을 선포해 준다. 때문에 고전을 강요하는 ##권장도서 목록을 가벼이 제껴둬도 된다고 보르헤스의 글을 인용하며 위로한다. 
- 고전은 한 국가나 몇몇 국가, 또는 오랜 세월이 마치 그 책 속에 담긴 것같이 하나같이 사려 깊고, 운명적이며,우주처럼 심오하고 무한한 해석이 가능하기라도 하다는 듯이 읽기로 결정한 그런 책이다. -
작가는 독서하는 의미를 책이 던져준 고민을 찾고 따라가며 마침내 그 비밀을 책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한권의 책은 저자로 부터 쓴다는 행위로 부터 생겨나 작가로 부터 분리되 나온 것이지만 분리된 순간 독자적이고 무한한 생명을 지니게 되며 이는 독자를 만나게 되어 비로소 완성되는작품이라고 말하고 있다. 때문에 거울나라의 앨리스 이야기를 루이스 캐럴이 쓴건지 아님 그안의 고양이 체셔가 썼는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진리와 겹쳐지는 구절이었다.

책과 저자 그리고 독자와 책+서재에 대하여 작가는 독자와 저자는 한 권의 책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쳐서라고 구해 읽거나 쓴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들은 그들 자신의 다양한 삶을 밑천으로 훨씬 사실감 있고 호소력 깊은 명저를 남기기도 하기 때문에 그들은 의외로 특별한 경험들로 이뤄진 생을 산 경우가 많다는 점을 소개하며 책과 저자와 관계를 보여준다. 때문에 이를 읽은 독자는 황홀한 매력과 그 기쁨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독자가 독서를 넘어서 책 자체를 탐닉하고 소유하게 될 때 독자는 책의 마력에 빠져드는 단계라고 한다. 마침내 책과 함께 하나가 된 너무 시끄러운 고독의 한타를 소개하며 2장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그는
아래와 같이 말하며 서가에 자리를 지키며 젊쟎게 서 있는 책들을 보며 안도하기도 한다.
- 아직 한탸처럼 "근사한 무탕을 통째로 쪼아 사탕으로 빨아 먹고 작은 잔에 든 리큐어처럼 홀짝대며 음미" 할 시간은 충분히 남았다. -

네번째 서랍 타자기 그리고 회전목마 라는 부제가 있는 3장은 앞 두장들과 사뭇 다르다. 책은 네번째 서랍 세상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세번째서랍 세상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살짝 소개하고 있다. 그동안 네번째세상에 대하여 많은 부분을 이야기한 세번째 세상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은 사실 네번째 세상에서 잠깐 건너온 사람들이었을지도 모른다. 세르반테스, 보르헤스, 등등이 이에 해당한다. 네번째 세상은 이야기를 쓰고있는 타자기와 이를 지키는 회전목마가 사실상 주요 등장인물이다. 따라서 네번째 서랍세상은 어쩌면 꿈과 환상을 이야기하는 타자기의 손에 달려있으며 가끔 사람의 형태로 세번째세상에 보내주에 고통으로 일그러진 세상에 가끔씩 실날같은 희망을 주곤했다는 비밀을 작가는 이야기해주고있다.
사정이 그러하니 세번째서랍 세상에 사는 것이 분명한 독자로서는 단비같은 네번째 서랍 세상에서 보내주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낙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누가 알랴.
내가 어쩜 네번째서랍세상에서 보내온 사람인지.... 그럴지없겠지만 말이다. 가끔씩 넋을 놓는 나를 볼때 아마도 필시 네번째 서랍 세상 영혼이 다녀갔을 때가 바로 그 때였으리라 짐작해 본다.

이 책은 책과 인생과 우주의 쉼없는 변주곡을 싣고 있다. 바하의 변주곡에나 비할 수 있을까, 그 현란하고 오묘한 변주에 그 황홀함에 아예 넋을 놓았다. 현기증 나도록 숨가쁘게 책은 역사, 시간, 세계, 인간에 대하여 논하며 시간이 바뀌어도 역사는 또 다른 형태로 모양만 바뀌어 되풀이되고 있는 것처럼 책도 그러하다고 그런 와중에 인간과 세계는 동일한 주인공과 공간이지만 여전히 인간 본성에 대한 물음은 풀지 못한 채 남아 있다고 전한다. 철학책들보다 더 철학적인 책이 아닐 수 없다. 보르헤스의 서재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자기부정의 파라독스를 내포하고 있고 서재 안의 단 한권의 책도 자기를 부정해야 되지만 책이나 세계나 마법의 세계이므로 이제 나는 마법의 4번째 서랍을 꿈꾸기 위하여 책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돈키호테가 돈키호테를 읽는 세상이든 세번째 서랍이 세번째칸에 끼워졌든지 네번째 서랍에 끼워져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를 찾고 또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하여 마법같은 책과 마주 앉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그런 마법같은 일이 일어나도록 도와줄 책을 만들어주는 이야기하는 타자기가 소중한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회전목마는 온힘을 다해 타자기를 지켜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게 되는 날에는....
꿈과 현실이 분리가 될 지어니 권태의 나날로만 이루어진 상상조차 하기 싫어지는 세상이 올 것이다. 
책 마지막에 책이 인용하고있는 많은 흥미로운 책들과 저자, 출판사 를 친절하게 소개해주었다. 아아. 이 많은 책들을 읽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한숨이 나옴과 동시에 나도 모르게 저절로 책을 살짝 덮어 가리고 있는 손을 볼 수 있었다. 기특한 손. 김유신장군이 천관집으로 데려간 말의 머리를 쳐서 자신의 마음을 다잡았다지만 그렇다고 난 결코 내 손목을 자를 수 없었다. 자애로움으로 용서하고 그대신 차차 책을 읽어 보리라 다짐해본다. 아아. 언제 이 책들을 다 사서 읽어 본단 말인가. 나무젓가락을 휘돌리며 마법을 걸어본다, 수리수리 마수리, 네번째 서랍 세상아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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