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양탕국, 가배차로 불리며 신기하게 여겼는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즐겨마시는 차가 되었습니다. 커피전문점, 커피전문점체인점이 정말 많아졌고요. 우리나라가 소비하는 커피도 많다고 하는데요. 생두를 직접 로스팅해서 그라인더로 갈아 핸드드립으로 내려 마시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갓 볶아낸 커피콩을 그라인더로 갈았을 때의 커피 냄새란! 달콤한 향기가 마치 초콜릿 같더군요. 맛있는 냄새가 나요. 저는 마실때보다 막 갈았을 때가 더 좋은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이렇듯 많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커피. 몇년 전 한 커피전문점이 사들이는 커피빈의 원가가 불과 몇십원 밖에 안된다는 사실이 알려져서 비난을 받기도 했지요. 뻥튀기되어 매겨진 커피 값에 분노하기도 했지만 가난한 농부들의 노동력을 헐값에 착취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습니다.
잠시 다른 책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히말라야 커피로드」을 읽기 전 「탐욕의 시대」를 읽었습니다. 가난과 빈곤, 기아로 고통받는 사람들, 그 고통을 만들어낸 제국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열심히 일해도 나라가 진 빚(부채)을 갚느라 경제가 발전할 수도, 가난한 이들을 위한 정책을 펼 여유도 없다는 것이죠. 그 부채는 이전의 독재정권이 서양강대국이 내미는 원조를 무턱대고 끌어다 써서 생긴 것이고요. 선진국에서 부채를 탕감해주기 전에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물론 부채를 없던 일로 해줄 수가 없겠죠. 탐욕에 가득차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강대국과 거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가난으로 인한 비참함-기본적인 식사, 씻는 문제, 마실 물, 아이들의 교육-과 기아 때문에 죽음에 이르는 문제들... 하지만 작은 노력이 이런 상황을 바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엘 시스테마', '히말라야 도서관', '세 잔의 차' 에서 처럼요.
커피도, 커피를 키우는 가난한 농부들에게도 한 사람 한사람의 마음이 모여서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큰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거죠. 중간 상인을 거치면서 생산원가에 비해 값이 부풀려지는 원두. 공정무역은 저개발국 생산자에게 정당한 몫, 공정한 대가가 돌아가도록 한다는 목적 아래 펼치고 있는 운동입니다. 공정무역 커피(아름다운커피)는 몇 가지 원칙을 지키며 생산하고 있습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으로 재배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원칙이지요.
EBS다큐팀이 찾아간 말레마을은 유기농으로 커피 농사를 지을 수 밖에 없는 곳입니다. 히말라야의 품 속에 깊숙하게 자리한 아스레와 말레. '좋은 사람들이 여기 정착하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깊은 산 자락에 위치해서 그늘이 자주 지는데요. 일반 농사에서는 악조건이지만 커피농사를 짓기에는 알맞다고 합니다. 정말 가난한 농부들. 하지만 커피농사를 시작하면서 희망을 품게 됩니다. 커피원두를 팔아서 얻는 돈으로 자식의 학용품을 사고 공부를 시킬 수 있습니다. 배 고프지 않게, 넉넉하게 밥을 먹일 수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농사지만 순박하고 착한 마음으로 한그루 한그루 정성을 다해 키워나갑니다. 말레 마을에 사는 열한 가구의 사람들과 석달 간 지내며 담아낸 히말라야의 선물, 커피 이야기.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이 남기고 간 네 아이들과 힘겹게 살아가는 미나, 맨 처음 말레 마을에 커피를 들여온 커피왕 브라더스, 돈을 벌기 위해 이주 노동을 하는 다정다감한 아빠 다슈람, 글을 몰라 힘든 삶을 살아가는 로크나트(후에 큰 결심을 해서 제작진을 놀라게 하지요), 어린 소년이지만 누구보다 열성적인 커피 농부 수바커르.
우리가 마시는 커피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궁금해서 떠난 제작진은 이들의 삶을 통해 커피향보다 진한 사람의 향기, 영혼의 향기를 담아냅니다. 사실 사람사는 곳이라면 어디나 이런 이야기들이 있지요. 다큐 영상을 통해, 글을 통해 말레 마을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서 참 행복합니다.
참, 아름다운 커피에서 말레마을에 삼천 그루의 커피 묘목을 보내주었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과부 미나네도 백 그루의 커피나무를 심을 수 있었지요. 아름다운 커피 홈페이지(
www.beautifulcoffee.com)에 들어가보니 커피 씨앗 운동이 있더군요. 가난한 네팔 농부들에게 기부를 통해 커피 묘목을 보내는 운동입니다. 작은 기부가 모여서 큰 희망이 되는 기회. 한 번 잡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공정무역커피를 마시는 것도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