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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sister722님의 서재
  •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 강보라
  • 15,120원 (10%840)
  • 2025-05-29
  • : 3,109
강보라 작가의 첫 소설집.
8기 뭉친 신청했는데 서평단으로 뽑혔다. 받자마자 거의 다 읽었는데, 마지막까지 못 읽어서 이제서야 서평을 남긴다.


차 례
티니안에서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신시어리 유어스
바우어의 정원
빙점을 만지다
직사각형의 찬미
아름다운 것과 아름답지 않은 것

1. 티니안에서
어떤 통쾌함을 느꼈다. 사이판의 작은 섬, 티니안으로 여행을 떠난 수혜와 민지. 중학교 시절 절친이었지만, 십 년 가까이 연락이 끊어졌다가 최근에 다시 만나게 되어 여행을 왔다. 이런 사실을 수혜는, 공항에서 만난 백인 남자 둘에게 스스럼 없이 털어놓는다. -리틀보이, 팻 맨이라는, 일본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렸던 비행기 활주로가 있는 섬에서 참으로 부적절한 이름으로 불러달라는 두 남자.
사실 수혜, 민지, 그리고 영영 연락이 되지 않는 연선은 중학교 시절 ‘걸레 삼총사’로 불렸다.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뜨거워질 만큼 그 성욕게 충실했다’는 이유로 세 아이에게 붙은 ‘모욕적인 별명’. 같이 잔 남자아이들은 걸레로 불리지 않는데, 여자 아이들만 그렇게 불리는 사회.
오랜만에 만난 수혜는 여전해서, 민지는 내심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지만, 티니안이라는 작은 섬에서 만난 한국 남자들이 여전히 수혜를 ‘걸레’로 볼 때, 민지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팻맨과 리틀보이가 수혜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았을지 걱정을 할 뿐. ‘기집애들이 밤에 빨가벗고 돌아다니다가 양키 놈들에게 걸려가지고’(32) 난리가 났다는 한국 남자들 사이로, 별 모양 모래를 손에 쥐고 수혜가 나타나자

‘뒤를 돌아보니 세 남자가 태풍에 터전을 잃은 이재민 같은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34)

2.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이 소설도 미묘하게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닌가?’하고 돌아보게 만드는 지점이 있다. 발리 우붓에 요가를 하러 온 주인공, 김재아. 사실혼 관계의 현오와 함께 오지 않은 여행지에서, 8년 전에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에 고급 캐리어 ‘리모와’를 들고 반 클리프 아펠 팔찌를 찬 재아는 이질적(?)인 존재다. 우아하다, 대단하다라는 평을 듣지만, 그래도 서서히 게스트하우스의 한국인들과 가까워진다. 사진을 찍는 송기호, 오반장으로 불리는 숙소의 연장자, 오반장과 연인 관계인 듯한 젊은 여자 호경.
재아는 이들과 함께 하면서도, 속으로는 은근히 이들의 관계를 내려다 본다. 자신의 연인인 현오가 송기호의 사진을 어떻게 평가할 지도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럼에도,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가운데 참여한 요가 클래스에서 동물처럼 움직이고 소리를 지르며 웃었던 기억만은 오염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3. 신시어리 유어스
잡지사의 기자인 정단. 선배인 문태 언니의 동생(단이와 동갑인) 문규씨가 말을 샀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의 거트루드 스타인이라 불리는 시내 선배가 흥미를 보인다. 문태 언니와 시내 선배가 어느새 단짝이 되어 버리고, 갑자기 제주에 말을 보러 오라고 해서 가보니, 둘은 이미 펜션에 와 있던 차에 단이를 불렀다. 여자는 꼭 셋이 되면 한 사람이 소외된다. 왜 그럴까.
동갑인데다 몇 번이나 삶의 경로를 바꾸었던 문규에게 이상한 질투심 같은 것을 품고 있던 단은, 실제로 문규를 만나 마방을 보고 말을 만나면서(알밤) 더욱 그러한 마음이 짙어진다. 실수로 알밤이 마방 밖으로 뛰쳐나간 안개낀 밤에, 알밤이를 데려오겠다고 앞뒤 가리지 않고 뛰쳐나간 단이는, 문규의 냉장고에 붙어 있던 엽서 한 장을 자기도 모르게 주머니에 넣는다. 그게 바로 이 소설의 제목. 신시어리 유어스.

요즘은 아침마다 목장 풍경을 명상하듯 가만히 바라보곤 해요. 띄엄띄엄 서서 서로를 힐끔대는 말들을 구경하면서요. 상처 입은 말들이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그 풍경이, 어쩐지 인간관계의 한 지침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영영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일지라도 끝끝내 곁을 지키며 함께 존재하는 일. 어쩌면 그것이 저마다 다른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가장 이상적인 방식이 아닐까 하고요.(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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