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함께하는 방법
bigsister722 2024/12/1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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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미 마인
- 배리 B. 롱이어
- 13,500원 (10%↓
750) - 2024-12-04
: 2,450
*서평단에 선정되어 읽었습니다.
비상계엄내란 이후로 손에 책을 잡을 수 없었다. 그러다 일주일이 지난 엊그제, 드디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글씨체가 크고, 행간이 넓어서 책 두께보다 실제 글자수가 적은 듯하다. 그래서 더욱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한 시간 읽으니 절반을 넘겼다. 늦은 밤이라 책을 덮었다가 다음날 이어서 읽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드랙이라는 외계 종족과 싸우는 윌리스 데이비지가 싸우던 드랙, 제리바 쉬간과 '파이린 4호' 행성에 표류하다가, 드랙이 낳은 아기를 키우는 내용이다.
초반에 바로 제리바와 데이비지는 거대한 파도가 언덕 위까지 휩쓰는, 가혹한 행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힘을 합친다. 제리바는 자웅동체라서 스스로 아기를 가질 수 있었고, 안타깝게도 아이를 낳다가 죽고 만다. 제리바는 죽어가면서 데이비지에게 아이에게 꼭 가계도를 알려주고, 가문의 문 앞에서 자신의 이름을 읊을 수 있도록 키워달라고 한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중반 이후부터는 이야기가 갑자기 확 달라지지만, 결국 관통하는 주제는 서로 다른, 너무나도 다른 두 존재가 어떻게 이해하고 사랑하고 우정을 키워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책에서 드랙 종족이 믿는 종교, 같은 '탈만'은 읽다보면, 코란이나 토라 같은 느낌이 든다. 어쩌면 사자의 서 같기도 하다.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 유대교..... 이 세상에 존재하는 종교들의 율법 같다. 인간과 드랙이라는 너무나 다른 두 존재가, '탈만'이라는 율법에 기대며, 가혹한 행성에서 살아남는 모습은, 우리 인간도 어쩌면 서로의 종교, 인종, 성적지향을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내비치기도 한다.
출간은 2024년이지만, 작품은 1979년에 미국의 SF잡지에 처음 실렸다고 한다. SF이긴 하지만, 어찌보면 인류 보편의 가치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기에, 긴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울림을 준다.
책 뒷면에도 나왔지만, 드랙 아가인 '자미스'가 나는 왜 삼촌처럼 손가락이 다섯 개가 아닌지를 물어보는 장면은, 너무나 사랑스럽고도 가슴 아프다. (드랙은 손가락이 세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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