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bigsister722님의 서재
  • 마지막 레벨 업
  • 윤영주
  • 10,800원 (10%600)
  • 2021-03-19
  • : 13,081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25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수상작.

가상현실 속에서 펼쳐지는 sf동화다.

가까운 미래의 vr게임 속 세계를 통해 진짜와 가짜, 삶과 죽음, 자유와 속박에 관한 사유를 철학적으로 풀어내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은 작품입니다.


이번에 '스위치 창비'(Story with Changbi)에 가입하고 사전서평단을 신청했다. 가제본 한 책을 받아봤는데 사전서평단을 신청할 때 표지 그림부터 마음을 확 끌어당겼다. 드래곤을 타고 있는 아이 둘. 캡슐 속에 누워서 뇌파로 가상현실 세계에 접속할 수 있는 게임 '판타지아'.

주인공 중의 한 명인 아이 선우는, 영재학교에 다니는 아이로, 열심히 공부하는 댓가로 하루에 한 시간, 판타지아에 접속할 수 있는 약속을 부모님에게 받아낸다.

가상현실 세계에 기대어 살 수밖에 없는 까닭은 현실이 괴롭기 때문이다. 3년이나 편입시험을 쳐서 겨우 턱걸이로 합격하여 슈피리어 스쿨 학생이 된 선우. 슈피리어 스쿨은 수학, 과학 영재들을 뽑아서 수준 높은 교육을 하는 특수학교다. 선우는 학교 첫날, 범호라는 아이에게 '지갑'으로 찍혀 가상 화폐를 뺏기는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부모님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면서, 같은 학교 아이에게 괴롭힘까지 견뎌내야 하는 생활. 그런 선우에게 '판타지아'는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는 완벽한 세상이다.

어느날, 판타지아에서 선우의 게임 속 드래곤, 화리스탈을 타고 암벽맵을 탐험하는데, 노란색 원피스를 입고 새총으로 몬스터를 물리치면서 순간이동까지 가능한 게임 유저를 만난다. 판타지아 내에서 순간이동은 가상 현실 게임의 특성상 불가능하다고 알려졌는데, 그 아이는 어떻게 가능한 걸까? 노란색 원피스의 소녀를 만난 뒤, 선우는 손꼽아 소녀를 다시 만나기를 기다린다.

그 아이의 이름은 원지. 원지는 순간이동, 거대한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부릴 수 있고, 판타지아에서 살다시피 하는 선우도 모르는 아름다운 장소도 안다. 선우와 원지는 점점 더 친해지고, 비오는 날을 계기로 원지는 잊어버린 기억을 되찾게 된다. 되찾은 기억과 더불어 선우와 원지는 어쩔 수 없이, 단 하나의 선택을 향해 함께 나아간다.

+스포일러 alert

'작가의 말' 에서 작가는 이 책을 쓰면서 <사자왕 형제의 모험>, <나니아 연대기>, 이영도의 <드래곤라자> 속 드래곤 이름을 빌려오기도 했단다. 어쩐지.... SF소설을 좋아하고, 판타지를 좋아하는 내게 딱인 동화였다.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이 SF의 세계에 푹 빠질 수 있으면 좋갰다. 어른이 되어서도 SF소설을 찾아 읽을 수 있도록.....

가상현실, 뇌파를 이용한 게임, 육체를 버리고 뇌만 가상현실에 업로드하는 상상 등, 어린이 동화에서 다루기 까다로운 소재들이 나오는데 작가는 게임을 통해 쉽게 설명한다. 사실, 육신을 버리고 인간의 정신을 업로드하는 이야기는 요즘 SF소설의 주요 소재다. 김초엽, 켄 리우 등 많은 작가들이 상처입고, 죽음에 이르는 불완전한 육신을 벗어버리고 뇌를 업로드하는 이야기를 자주 풀어낸다. 켄 리우의 최근 작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에서 '싱귤래리티 3부작'을 통해 이러한 과학적이면서도 윤리적인, 무엇이 더 인간다운 선택일 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싱귤래리티란,

(singularity)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기점을 말한다. 컴퓨터 중앙처리장치의 내장형 프로그램을 처음 고안한 미국의 수학자 존 폰 노이만, 영국의 컴퓨터 과학자이자 수학자인 앨런 튜링, 미국 컴퓨터 공학자인 버너 빈지 등이 이 개념을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가장 구체적인 전망을 한 사람은 미국 컴퓨터 과학자이자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의 기술부문 이사인 레이먼드 커즈와일이다.

커즈와일은 2005년 저서 <특이점이 온다>를 통해 2045년이면 인공지능이 모든 인간의 지능을 합친 것보다 강력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즉 2045년이 되면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연구결과를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게 되며 이는 인간이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없는 지점이 올 수도 있는데 그 지점이 바로 특이점인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그래도 나는 홍옥이 제일 좋다. 매킨토시종을 비롯한 '생으로 먹기 좋은' 사과는 입으로 맛을 보게 마련이다. 부드럽고 달콤한 과육이 말 그대로 녹아내리듯이 목으로 넘어가니까. 그런 반면에 홍옥은, 온몸으로 맛을 음미한다. 단단한 과육은 깨물면 턱이 얼얼하고, 아삭거리는 소리는 두개골에 부딪혀 메아리치고, 시디신 맛은 혓몸을 타고 넘어 발끝까지 퍼져 나가니까. 홍옥을 먹을 때면 내가 정말로 살아 있는 느낌이 난다. 세포 하나하나가 내게 이렇게 말한다. '그래, 아아, 이거야, 더 줘, 부탁이야.'

내 생각에 몸은 저 나름의 지능이 있다. 정신은 결코 하지 못할 방식으로,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말할 줄 아니까.

같은 책, '카르타고의 장미', 178쪽

결국 원지의 선택 또한 진정으로 살아있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 뒤에 오는 것이다.

죽음이 두렵지만, 죽음이 끝은 아닐 거라는 것,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또다른 모험 속으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선우에게 어떤 부탁을 하게 된다.

'나도 저렇게 사라지게 될까?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되는 걸까?'

그랬다. 세계를 박살 낼 준비는 끝냈지만, 원지에겐 또 하나의 준비가 필요했다.

바로, 자신을 박살 낼 마음의 준비였다.

'아니야, 죽음은 끝이 아닐 거야. 나는 데이터가 아니야. 완전히 삭제되는 그런 게 아니라고.

나는......나는...'

두려움과 치열하게 싸우던 원지 앞에, 한 줄기 빛 같은 생각이 비치었다.

'그래, 나는 엄마를 만나게 될 거야.'

엄마. 이미 죽음 너머에 가 있지만, 여전히 원지 안에 존재하는 엄마. '진짜 모험가'인 사랑하는 엄마의 얼굴을 떠올리자, 원지는 마음에 온기가 퍼지는 것을 느꼈다. 밀물처럼 밀려들던 두려움이 썰물처럼 스르르 빠져나갔다.

154-155

정말 재미있게 단숨에 읽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추천.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