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개소리를 알아차리고 거기에 현혹되지 않을 정도의 지각은 갖추고 있다고 꽤 자만하고 있다. 그래서 개소리와 관련된 현상은 진지한 검토의 대상으로 부각되지 않았고, 지속적인 탐구의 주제가 되지도 않았다.- P7
진리에 대한 관심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 즉 사태의 진상이 실제로 어떠한지에 관심이 없다는 것, 이것이 바로 내가 개소리의 본질이라고 보는 것이다.- P38
위조품에서 잘못된 점은 그것이 어떻게 생겼는지가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느냐이다. 이것은 개소리의 본질적 속성에서 유사하게 나타나는 근본적인 양상을 시사한다. 비록 개소리는 진리에 대한 관심 없이 만들어지지만, 그것이 꼭 거짓일 필요는 없다. 개소리를 하는 사람은 진상을 꾸며낸다. 하지만 이것은 그가 반드시 그것들을 왜곡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P51
거짓말쟁이는 불가피하게 진릿값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거짓말이란 것을 지어내기 위해서 거짓말쟁이는 무엇이 진실인지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해야만 한다. 그리고 효과적인 거짓말을 지어내려면 거짓말쟁이는 자신의 허위를 그진리의 위장 가면 아래에 설계해야 한다.
다른 한편, 개소리를 해서 상황을 헤쳐 나가려고 기도하는 사람은 좀 더 많은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 그의 초점은 특수하기보다는 광범위하다. 그는 특정한 허위를 특수한 지점에 삽입하는 데에만 자신을 한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는 그 지점을 둘러싸고 있거나 가로지르는 진리에 제약받지 않는다. 그는 필요하다면 맥락까지도 위조할 준비가 되어 있다.- P54
누군가 자신이 진실을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개소리를 지어내는 데는 그러한 신념이 필요 없다.
따라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진리에 대해 반응한다. 그리고 그는 그만큼 진리를 존중하는 셈이다. 정직한 사람이 말할 때, 그는 오직 자신이 참이라고 믿는 바를 말한다. 거짓말쟁이는, 이에 상응하게 자신의 발언이 거짓이라고 여기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
그렇지만 개소리쟁이에게는 이 모든 것이 무효다. 그는 진리의 편도 아니고 거짓의 편도 아니다. 정직한 사람의 눈과 거짓말쟁이의 눈은 사실을 향해 있지만, 개소리쟁이는 사실에 전혀 눈길을 주지 않는다. 자신이 하는 개소리를 들키지 않고 잘 헤쳐 나가는 데 있어 사실들이 그의 이익과 관계되지 않는 한, 그는 자신이 말하는 내용들이 현실을 올바르게 묘사하든 그렇지않든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자기 목적에 맞도록 그 소재들을 선택하거나 가공해낼 뿐이다.- P57
개소리쟁이는 진리의 권위에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 이 점 때문에,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훨씬 더 큰 진리의 적이다.- P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