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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마눌님의 서재
  •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 이유리 외
  • 14,220원 (10%790)
  • 2023-01-30
  • : 2,213
두 번 천천히 책을 읽고 나는 생각한다.
초콜릿 상자 대신 이 책을 내밀면 어떨까, 내일 발렌타인데이에 말야.
SF를 읽고나면 내가 거의 항상 내뱉는 말이 있는데 그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
좀 유치하고 너무 답정너인 것 같지만 사실이 그렇다. 우리가 살면서 저지르는 모든 행동, 때론 잘못까지도 사랑으로 인한 것들이 대부분이니까. 그러니까 살면서 우리가 벗어나거나 멈추거나 뒤돌아가거나 숨어드는 오류를 범해도 그건 결국 사랑으로 수정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봤어.
그렇게 꺼내먹어 볼 이야기가 다섯개.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 이유리
관계가 끝난 사이에 남은 진분홍 사랑 & 사랑이 없어졌지만 관계를 끝낼 수 없는 사이.
수진은 거추장스럽게 남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진 사랑의 감정을 영인에게 전이하고 아픈 고양이의 치료비를 받는다.
'감정전이'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 받았으니 윈윈. 정말 윈윈?

<폴더가이스트> - 김서해
세인은 어릴 적 피아노학원 건물이 붕괴되는 사건을 겪었고 유일한 생존자다. 세인은 학교에서 유령처럼 지낸다. 세인은 기이한 소리에 시달리고 있다.
정현수가 다가온다. 다정하고 덤덤하며 제멋대로 판단하지 않는 정현수.
둘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사이 기이한 소리는 점점 세상을 지배한다. 사람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그 소리.위험에 처한 현수를 세인이 구하지만 이런것도 구원으로 칠 수 있냐며 세인은 멋쩍은데, 그 둘은 이미 서로를 구했다는 사실을 알까몰라.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면서 웃는 둘을 보며 나도 웃어버렸다.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 김초엽
재료와 표면, 인간 본질의 상호관계를 탐구함 (129)

안드로이드였다가 인간화 시술을 한 반인간이지만 다시 금속피부를 가지고 싶은 수브다니. 녹슬고 싶은 수브다니의 갈망에 함께하는 솜솜피부관리숍의 파란만장 이야기.
정말 다급하게 쓰여진 편지를 읽듯 단숨에 읽을 수 있음에 감탄하며 역시 김초엽을 외쳤다.

<미림 한 스푼> - 설재인
일 개월 뒤 지구의 운영을 종료한다. (182)

노골적인 가정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지만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주경은 빌라의 5층 주인세대에 산다. 7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번역 일을 하는 미림은 건물 지하 b101호에 산다. 미림 또한 가정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
미림과 주경의 이야기 외에도 작가들에게 지구 멸망의 시나리오를 만들게하는 솜새끼의 이야기가 함께 진행되지만 나는 이런 이야기에 더 끌린다. 그러니까 당장 한 시간 뒤에 지구가 멸망할거란 걸 알면서도 한 아이를 구하기 위해 발을 내딛을 용기, 비록 그것이 무용해질 것이라는 알면서도 나아가는 마음 같은 것 말이다.

<뼈의 기록> - 천선란
<어떤 물질의 사랑>을 읽을 때, 그 중에서도 <레시>를 읽을 때 느꼈던 그 막연하고도 고요하지만 너무나 깊은 슬픔에 가까운 감정이 갑자기 생각났다.
로비스는 염을 하는 로봇이다.
모든 의문의 종착지는 헤아림이다. (237)
그래서일까, 로비스는 인간보다 더 죽음을 잘 이해하고 유족을 위로한다.
유일한 친구였던 모미는 로비스 덕분에 우주를 유영할 수 있게 되었다. 모미는 알고 있을 것이다. 로비스가 망설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가르쳐줬던 아름다움 때문이었다는 것을.


*서평단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지만 솔직한 리뷰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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