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이 책을 약 4년 간의 뉴욕 생활에 대한 나름대로의 지도라고 표현했다. 나는 저자의 뉴욕 생활 경험과 그간의 독서 편력을 버무린 독후감으로 읽었다.
저자가 묘사한 뉴욕의 모습은 무척 삭막하고 자본의 살벌한 구조 속에 갖혀 있다. 다만 그 속에서 개개인의 구체적인 생활의 활력과 아름다움이 드러날 뿐이다.(마치 대자연의 생태계처럼) 내가 살고 있는 이 서울도 점차 뉴욕처럼 분화되고 계층화, 계급화 되어 가는 것 같아 씁쓸했다. 이러한 삭막하고 정글같은 메가 시티에서 뛰어난 예술들이 탄생하는 것을 보면 지독한 역설 같기도 하고, 선과악 혹은 진보와 보수로는 단순히 나눌 수 없는 그 자체의 복잡다단한 생태계 자체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뉴욕 경험은 스펙타클한 스토리는 없지만 평범하면서 공감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주변의 유학생들을 관찰하고 묘사한 열전 부분이 재밌었는데, 다른 유학들이 저자의 모습을 묘사했다면 어떤 모습이였을지 궁금해진다.
이 책에서 다루어진 10명의 작가 모두 흥미로웠으나 그 중에서도 엠마 골드완이 가장 강렬하게 다가 왔다. 소설 어나더 월드는 번역이 안 된 것 같은데 저자가 원서로 읽은 것인지 궁금하다.
93년생인 저자의 글쓰기 실력과 독서 편력은 놀랍다. 아마 어린 나이부터 꾸준히 인문학 공동체에서 수학한 결과가 아닐까? 이제 쿠바로 유학을 떠난다던데, 그곳에서도 꾸준히 사유하여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갖춘 글쓰기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