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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님의 서재
  • 문장 안에 살다
  • 박경득
  • 13,500원 (10%750)
  • 2019-10-09
  • : 35

 

곱고 단아하다. 이 책을 처음 본 느낌이다. 표지를 넘긴다. 표지의 감동이 그대로 옮겨왔다. 부드럽지만 묵직하게, 편안하지만 깊이있는 글이다. 예쁘게 파장을 일으킨다.
일상의 소재에서 글을 풀어나간다. 짧은 글은 저자를 느끼게 한다. 단순하게 관조한다. 애써 고맙다고 말하지 않지만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느끼게 된다. 내 삶도 고맙다. 나와 살아주는 내 삶에게 따뜻한 차 한잔 건네주고 싶어진다.
 


p32
'꽃들은 태어나는 순간 향 주머니를 갖고 태어난다. 하늘거리고 연해보이지만 늘 웃는 얼굴에 향기를 멀리 퍼뜨리는 힘을 갖고 있다. 나는 나만의 향기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한다. 내가 나 다울 때 내 향기가 나리라.'
----혹시 덕지덕지 시끄러운 냄새를 묻히고 다니는 건 아닐까?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양어깨에 코를 박아본다. 저자의 글처럼 꽃향기가 났으면 좋겠다. 나만의 향기, 나는 어떤 향기가 나는 사람일까?

 


p127
'시끌벅적하게 스란스러운데도 혼자 있는 우리 집보다 이 카페에서 나는 더 집중할 수 있다. 떠드는 그들과 내가 완벽한 타인이 될 수 있고 일상의 일로부터 해방되기 때문이다.'
----완벽한 타인이 주는 자유와 편안함! '내 마음이 열리는 곳이다'는 제목 아래 집 아닌 낯선 곳에서 쉬며 충전하는 소소한 여유를 느낀다.

 


p160
'여행을 꿈꾸는 것은 미지의 세상에서 알 수 없는 미래를 꿈꾸기 때문이다. 낯선 세상에 동그마니 노출된 나를 보기 위함이다.'
----여행을 가고싶은 사람들이 많다. 일상이 주는 무게를 덜어보고 싶은 사람들, 단조롭고 답답한 삶에 무기력해진 사람들이 떠나는 여행에 저자가 조용하게 얘기한다. 나를 만나고 찾아보라고! 그래, 어쩌면 낯설고 불편한 그 곳에는 누구의 엄마, 아내, 딸이 아닌 나만 있지 않을까? 아! 여행가고 싶다.

 


p217
'완벽하기보다는 재미있게 사는 게 낫겠다. 대형 마트보다는 시골 장터에서 바구니를 채우고, 고속도로보다는 느려도 구불구불한 국도를 이용해 새로운 구경거리를 건지고 싶다.'
----재미있게, 시골 장터, 바구니, 구불구불, 국도
모처럼 만난 정겨운 낱말이다. 저자의 심성이 그려진다. 그 중에서도 '바구니'가 눈에 확 들어온다. 불편해도 바구니를 들고다니는 저자의 모습. 그녀의 이야기 바구니가 더욱 궁금하다.
 


p258
'글쓰기도 좋은 방법이다. 화난 가슴에서 먼저 튀어나오려 아우성치는 이야기를 문장으로 옮겨보면 사실 싱거워진다. 거름망을 한 번 거쳐 나온 내 감정들은 뿔을 감춘 온순한 동물이 된다. 내 마음을 끄집어내 종이에 옮겨 보면 감정은 스스로 희망을 찾아 움직인다.'
----화 났을 때 솔직하게 쓰고나면 후련했던 기억이 났다. 후련했다. 통쾌했다. 힘이 났다. 저자의 글을 보니 이유를 알았다. 감정이 싱거워진단다, 감정이 스스로 희망을 찾아 움직인단다. 편하고 넉넉한 동네 언니를 만난 기분이다.


보라빛 글씨로 가득찬 책장을 덮으며 눈을 감는다. 봄날같은 아늑함과 기대가 마음 속에 새순을 틔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일상에 고맙다. 열심히 보다 고마워하며 살고싶다. '문장 안에 살다'가 세상 속에 고운 향기를 보낸다. 그 향기에 고운 발걸음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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