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마음을 흔드는 시는 정말 오랜만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들었는데 시의 한 행 한 행이 마음에 척 척 들어붙으면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습니다. 내가 내 마음을 이렇게 몰랐었구나 하는 생각과 내가 애써 감추려고 했던 마음이 무엇이었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시집이었습니다.
시를 이렇게 아프게 쓰면 어쩌나, 마음이 쓰이기도 했습니다.
밑줄을 그으며 읽을 수 있는 대목이 많아서 한 권 더 사서 누군가에게 선물해주려 합니다.
가을과 겨울에 딱 어울리는 시집입니다.
많이많이 추천해드립니다.
실은 처음부터 오래였던 마음입니다
소홀한 마음은 이제 얼마나 나의 편일까요?- P11
바다보다 멀리 당신이 있어
나는 다만 오래 무서웠습니다
첫눈보다 멀리 당신이 있어
나는 다만 오래 위태로웠습니다- P13
당신이 묻습니다
아직 거기 있어요?
오래 생각하는 대답 대신 오래 슬퍼할 일 없이 그저 오래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P16
어제도 없이 나는 이 먼 데까지 왔습니다.
보람도 없이 조금 더 늙어야 할까 봅니다- P19
나는 어디로 스며야 할지를 몰라, 울음만 궁금합니다
어쩔 작정도 없이 당신 안부만 묻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도
잘못한 심부름 같아 마음을 꺼뜨립니다- P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