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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다 읽는 두 사람의 공동 공간
  • 리보와 앤
  • 어윤정
  • 10,350원 (10%570)
  • 2023-01-31
  • : 8,013

아무도 오지 않는 도서관에서 어린이 이용자가 오길 기다리는 로봇의 이야기.


이 설정만으로도 벌써 지난 SF 동화들 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발자국이 느껴진다. SF의 외피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은 일상 동화라던가, 우리 선생님이 옆집 친구가 로봇인 줄 알았는데 사실 사람이었다더라 하는 식의 동화 보다 본격 SF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간 셈이다. 이런 작품들이 나쁘고 수준이 낮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장르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조금 더 장르 본질에 다가간 작품이 조금 더 반갑다는 뜻이다.


덧붙여 진짜 로봇이 나왔다고 SF에 가까이 갔다는 뜻도 아니다. 바이러스라는 전인류가 함께 겪어 본 소재가 등장해서 SF라고 유난을 떠는 것도 아니다. (사실 둘 다 매우 좋긴 하다)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들이 그 명령을 내리는 이가 없어질 때 벌어지는 일' 이라는 발상이 SF 특유의 재미를 동화까지 끌고 왔다. 그들은 그 상황에서 무엇을 할까? 그냥 멍하니 서서 어떤 사건이 생기기만을 기다릴까? 아니면 자기들끼리 어떤 일을 만들까? 이런 기존의 세계에서 조금 비틀어진 상상과 질문에서 SF의 재미는 출발한다.


책을 읽는 내내 영화 <A.I.>가 떠올랐다. SF판 피노키오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 로봇은 단 한가지 소원을 전원이 꺼질 때까지 빌고 또 빈다. 책을 덮을 때 쯤엔 어딘가엔 어서 빨리 학교에 가고 싶고 도서관에 가고 싶어서 빌고 또 빌었던 인간 어린이가 있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힘든 시간을 보냈을 어린이와 이 책을 펼쳐 본다면 또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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