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가 알아야 할 답은 주인공 소녀가 어떤 선택을 했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맞히는 게 아닐지도 몰라. 이 야기에서 중요한 건 주인공 소녀가 자기 스스로 무언가를 행했다는 점 바로 그 자체야.
그래, 여기서 중요한 건, 힘 없고 나이 어린 소녀가 불가능해 보이는 무언가를 해냈다는 점이야. 그리고 그것이 아주 값진 성과를 이뤄 냈다는 점이야.
물론 자신의 선택과 행동으로 인해 본인의 삶은 해피하다고도 새드하다고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긴 하지만, 근데인생이란 게 그런 나날의 연속 아닌가? 그건 중요하지 않은문제인 것 같아.- P83
오늘 아침엔 조만간 변화할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혹은 앞으로 일어날 내 미래의 일을 점지해 주기라도 하듯,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에게 김연아의 영상을 띄워 줬어. 나는 홀린 듯 그 영상을 클릭했고, 퀸의 전언처럼, 영상 속에서 김연아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어.
기적을 일으키는 것은 신의 의지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라고 나의 의지라고.- P103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앞으로 나갈수 있게 됐으니까. 나는 이제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거야. 난 지구가멸망하기 직전까지, 지구가 멸망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찾아볼 거야.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거야. 한편으론 이런 의문이 들기도 해. 지극히 개인적인 연애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내가 과연 이 거대한 인류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일이 존재하기나 할까? 정말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일개 대학생이자 라멘집 아르바이트생인 내가? 나도 몰라. 모르겠어. 연애는 연애고 인류는 인류지. 어떤 일이든 해 보기 전엔 알 수 없는 일이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어떤 일이든 직접 해 봐야 알 수 있어. 이것저것 따지고 가능성을 계산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냥 무작정 하는 거야.- P115
그렇기 때문에 이틀 뒤 이 세계가 정말로 사라진다면, 인류가 멸망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 나도 사라지는 거야. 가족과 친구들이 없는 나는 더 이상 나라고 할 수 없겠지. 그러니까 살아 보겠다고 나 혼자 다른 세계로 떠나거나 하는 일은 없어. 그것보다는 이 세계가 사라지기 직전까지, 이 세계가 사라지지 않을 방법을 찾으려 아등바등할 거야. 이것이 나의 의지고, 어쩌면 이것이 신의 의지라고도 생각해. - P116
나는 이틀 뒤에 정말로 인류가 절멸하면 어쩌나,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심각하게 고심하고 고민하고 있어.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지만 최소한 지금은 그래. 그게 당연한 거 아니야? 내 인생이잖아! 어떻게든 방법을 찾기 위해 아등바등해야지. 물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겠지. 행동으로 옮긴다고 한들 바뀐다는 보장도 없고, 바뀌지 않을 확률이 더 클 수도 있겠지만, 아니, 바뀌지 않은 확률이압도적으로 크지만, 그래도 해 봐야지. 그래도 해 봐야 하는거 아니야? 그래, 그래서 어른들이 사는 게 어렵다거나 인생은알 수 없다는 말을 하는 거겠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P123
좋은 의도를 가지고 어떤 일을 행한다고 한들, 내가 한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모르고, 그 결과가 나에게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파악하기조차 어려우니까. 어쨌거나 일단은 생각부터 해 봐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런 터무니없는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인류의 멸망을 막기위해, 정말 티끌보다 보잘것없는 나라는 존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최소한 생각은 해 봐야 하는 거 아니야?- P124
제발 남아 있는 이틀만이라도 적극적으로 부딪치며 지내 봐!- P125
그래, 이제 나는 더 이상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세계에 살고 있지 않고, 살고싶지도 않아.- P149
이제 나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방법을 찾기 위해 애쓰는 세계에 살게 됐어. 가능하면 그런세계에 살고 싶어. 이미 그런 세계에 사는 사람으로 오가와 루리코가 있고 지금 내 앞에서 운전하고 있는 승아 언니도있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내 주위뿐 아니라 전 세계에 수십 명, 수백 명, 아니 어쩌면 수천 명, 수만 명이 있을지도 몰라…………!- P150
비록 나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끝맺었지만, 그들은 아직 인간으로서 살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별다른 일 없이 계속 살아갈 것이다.
그들이 모두 무병장수했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하고 싶은일들 전부 이룰 수 있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가끔씩 나를 떠올려 주면 좋겠다. 그렇게 나를 떠올리며, 내가 했던 말들을 떠올리며, 나와 함께 나눈 추억을 떠올리며, 눈물 짓기보다는 슬며시 미소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 정말로 그랬으면좋겠다.- P218
점점 지구에서 멀어지기만 하는 우리가 더 이상 할 수 있는일은 없었다. 인류의 미래는 앞으로 지구에 살아갈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지.- P225
아마 인류는 한때 인간이었던 존재들이 파동-입자가 되어 자신들을 구했다는 사실은 꿈에도 알지 못할 것이다. 외계 생명체 소동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역사에 기록될 뿐이겠지.
상관없다. 우리가 훨씬 더 넓은 곳에서 훨씬 더 오래도록 살 테니까.
무엇보다 우리가 전부 기억할 테니까.- P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