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여긴 자주 오니?"
"그럼요. 여기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공간좌표인걸요. 여기에 몇시간이고 서서 풍경을 보고 또 봐요. 그제는 토끼를 보았어요. 어제는 사슴, 오늘은 당신을."- P14
그녀가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그녀의 눈에서 익숙한 두려움을 보았다. 두려움의 이유를 알고 나자 그는 마음이 아려 왔다. 그녀는 예전부터 그의 눈을 멀게 했고, 그는 눈이 먼 사람처럼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는 수십 년의 시간을 가로질러 비에 젖은 그녀의 뺨에 손을 대었다.
그 순간 그녀의 두려움은 영원히 사라졌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갔다.- P30
그가 웃었다. "빅 짐? 빅 짐은 만들어낸 거예요. 차를 만드는 사람들이 그를 내세워서 사람들이 차를 입도록 겁을 준 거죠. 더 많은 차를사고 더 자주 차를 바꾸도록 말이에요. 매출이 오르자 정부도 합세했죠. 그전에도 사람들은 거의 매일 차 안에서 살았어요. 그들이 그걸 의식적으로 타고 다니도록 한 거죠. 차가 없이 공공장소에 나타나는 건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거예요. 그 이후의 일은 쉽게 진행됐죠. 차의 크기를 줄이는 것과 차를 사람에 맞춰 디자인하는 건 쉬운일이었어요."- P54
판에 박힌 생활은 재능 없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했다. 당신에게 특별한 재능이 없다면 결국 당신도 그런 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고집스러운 성격에 재능이 없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다면 그 자리에 계속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P59
TV에 나와 춤추는 것과 프라이팬의 손잡이를 다는 일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우아함과 흐느적거림, 행운아와 불운아. 아주 기본적인 진실로 다시 돌아가면 재능이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의 차이말이다.
같은 이야기지만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해도 당신의 다리가 아주 뚱뚱하다면 그 누구도 당신을 원하지 않을 테고, 결국 당신은 프라이팬 공장의 판에 박힌 일상으로 오게 된다. 그리고 당신은 매일 아침 일터로 나가 똑같은 일을 하고, 매일 밤 집으로 돌아가고, 매일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컨베이어로 물건을 보내는 무자비한 시간내내 최후의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결국 당신에게 마지막 통보가전해지는 것이다.- P60
마녀는 빗자루를 타고 왔다. 모이 트리하노 왕자는 혐오감에 머리를 가로저었다. 저런 구식 이동수단이라니! 인간들이 더 이상 마녀를믿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만약 늘 잊히지 않고 머물고 싶다면 반드시 현실에 맞춰야만 했다. 그가 시대에 뒤처진 옷을 입고 다닌다면 아마 여생을 꼼짝없이 독신으로 보내야 할 것이다. 희망 없는 독신 남자말이다. 하지만 하워드 킹은 멋진 사람이었다.- P71
그가 전통적인 복장을 하고, 평범한 이동수단을 썼다면 마리앤은 그를 보려고 하지도 않았을 테고, 그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20세기의 사람들은 18세기와 19세기만큼의 상상력밖에 없다. 그들은 까만 늪에서 나온 생명체나 수천 미터 지하에서 나온 몬스터, 비행접시와 외계인 따위를 믿을뿐이다.
초콜릿 케이크에서 나온 사람이 있다면 그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P72
"가끔 전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가 말했다. "사업이란 마케팅이 중요하죠. 마케팅은 마술사의 손놀림과도 비슷하답니다. 저는 제가 만든 TV콘솔을 고객들에게 10억 원에 팔지만 아무도 10억 원이 자기 수중에서 나가는 걸 모르죠. 정말 웃기는 일입니다."- P82
"정말 끔찍한 일이지 않니? 그 시인님께서 옮길 수 있는 세균들말이야." 앨리스가 말했다.
"기회주의적인 인간들도 병균을 옮기지요. ‘평판 부족‘, ‘외국인혐오‘, ‘생각이 부족한 행동‘ ....... 그 판에 박힌 삶에서 한 발자국도나오려고 하지 않는다고요. 그 사람은 필요하다면 생태계에서 모든 퀴기 새를 멸종시키겠죠."- P98
앨리스와 잭 그리고 아이들은 다른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버드가 옛날에 떠났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세상에. 키츠 씨도 그 세상에 속하지 못했다. 그는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우정을 줄 수 있는 추방당한 친구였다. 그리고 그는 고작 1과 4분의 1온스의 무게였다.- P99
"난 내 혼을 저 우주에 흘리고 왔다네."- P101
"혼자야." 하버드가 목쉰소리를 냈다.
"넌 혼자가 아니야. 내가 함께 있을 거야." 키츠 씨가 뛰어오르며말했다.
그때 천천히 아주 고통스럽게 공포의 하얀창이 물러갔다.
키츠 씨는 날아올라 창 앞에 앉았다. 그는 구슬 같은 푸른 눈으로 우주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그러고는 깃털을 흔들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그가 말했다.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 P104
"왜 별다른 운명을 가진 사람만 훌륭하다고들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그건 그들만이 외로움을 견딜 줄 알기 때문이지. 그들은 그저 묵묵히 외로움을 견뎌 낼 줄 알거든.- P85
밥과 베티는 손을 잡고 구불구불한 길을 걸어갔다. 그들은 인간이만든 세상에서 실종되었다. 그들이 쉴 수 있는 플라스틱 의자 하나 없는 세상에서 사라졌다.
고속도로 위로 달빛이 구불구불 흘러갔다.- P137
그는 과거는 당기면 달려오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떤 시간의문이든 열고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건 죽은 자의 특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죽은자에게 내리는 저주일 수도 있었다.- P144
노크 소리가 나자 레스톤은 의자에서 일어나 문가로 다가갔다. 그는 우습게도 사람들이 느끼는 신에 대한 두려움은 우주선 조종사에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조종사가 그들을 박해받는 땅에서 약속된 땅으로 데려간다는 점에서 탈출하는 과정에서의 업적은 마치 모세가 홍해의 물을 가르는 기적과 같았으리라. 그리고 약속된 땅에 도착해서 황무지에 마을을 개척하기 위해, 신과 함께많은 방랑을 하고 성스러운 책이 함께 했다.
하지만 그 태도 자체는 그의 삶을 바꿀 사회적 압력이 되지는 못했다. 그리고 한 명의 사상자도 내지 않은 불시착은 그의 삶의 형태를 바꿀 그 어떤 기폭제도 되지 못했다. 그는 새로운 사회의 구조물에 하나의 기둥으로 속할 수 있게 해 준 계기가 누군가의 죽음이라는 아이러니에 감사했다. 그건 그가 폴란드의 신부가 되고자 결심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 P187
그는 믿지 않았다.
믿는다는 것은 악몽이었다.
믿는다는 건 그의 삶이 아무런 목적도 없었다는 걸 의미했다.- P261
그것은 누군지 알 길이 없는, 사람의 뼈였다. 마틴은 거칠게 자신의 입술을 문질렀다. 그리고 돌아서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얼마가지도 않아 숨이 가빠서 멈춰 섰다. 무엇을 하러 여기까지 온 것인지 알아야만 했다.
마틴은 턱의 절벽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달빛이 교교히 흐르는 하늘을 잠시 올려다봤다. 그는 달빛에 발을 멈추고 무릎을 꿇었다. 공포가 그를 흔들었다. 처녀상을 오른 사람은 자신 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그를 슬프게 했다. 그는 지구인이었고, 처녀상은 늙은 여자였다. 그녀가 젊었을 때, 그녀에게 구혼을 하기 위해 처녀상을 오른 사람들은수없이 많았을 테고, 그들은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 그녀를 정복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녀의 푸르고 깊은 호수에서 상징적으로 죽고자 했을 것이다. 호수에 덩그렇게 놓인 사람들의 뼈가 그녀의 인기를 입증해 주었다. 마치 그는 그가 사랑한 처녀상이 매춘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처럼 진저리를 쳤다.- P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