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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려라, 아비 (리마스터판)
  • 김애란
  • 13,500원 (10%750)
  • 2019-09-25
  • : 6,447

최근에 한강의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읽었는데, 우연찮게 김애란의 첫 소설집을 읽게 되었다. 두 작가는 10년의 시차를 두고, 모두 20대 초반에 자신의 첫 작품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만큼 일찍이 한국문학의 가능성을 스스로 열어젖힌 셈이다.

한강을 먼저 읽었기에 자연스레 두 작가를 비교하게 된다. 세대의 간극은 분명 존재하지만, 김애란의 문체에는 한강보다 훨씬 발랄하고 명랑한 결이 흐른다. 두 작가 모두 가족의 상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그것을 다루는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한강의 인물들은 상처를 자학적으로 감내하며, 때로는 그 고통의 심연 속에서 자각의 순간에 이른다. 자신보다 더 깊은 상처를 지닌 타자를 마주함으로써 비로소 자기 고통을 객관화하고, 그를 통해 연대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타자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나의 고통을 낯설게 하고, 그 낯섦이 상처로부터 벗어나는 통로가 된다.

반면 김애란의 인물들은 해학을 통해 상처를 견뎌낸다. 그들에게 상처를 준 이들—주로 아버지—는 여전히 상상의 어딘가에서 길을 잃거나 달리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그저 나와 같은 우주의 먼지처럼, 각자의 궤도를 도는 존재들이다. 그렇게 김애란의 세계에서도 상처는 결국 나와 타자가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그 의미를 달리한다.

한강의 소설이 눈물을 자아내는 깊은 슬픔의 강을 품고 있다면, 김애란의 소설은 웃음 속에 스며든 비애의 결을 간직하고 있다. 두 작가 모두 가난하고 평범한 인물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헐벗은, 그러나 건강한 자화상을 비춘다. 그들의 첫 소설집이 세상에 나온 지 어느덧 20년, 30년이 흘렀다. 문득 궁금해진다. 지금의 한국소설은, 그 이후의 우리 사회를 어떤 얼굴로 그리고 있을까.


나는 내가 어떤 인간인가 자주 상상한다. 나는 내게서 당신만큼 멀리 떨어져 있으니 내가 아무리 나라고 해도 나를 상상해야만 하는 사람이다. 나는 내가 상상하는 사람, 그러나 그것이 내 모습인 것이 이상하여 자꾸만 당신의 상상을 빌려오는 사람이다.-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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