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제국주의의 탐욕과 환상 속에서 서서히 무너져간 인물, 커츠의 몰락을 그린다. 음악과 그림을 사랑하고, 글을 쓰는 감수성까지 지닌 만능 재주꾼 커츠는 왜 아프리카 콩고에 이르게 되었을까? 그의 약혼녀 집안은 커츠의 재력에 만족하지 않았고, 그는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콩고에서 부를 쌓고자 했다. 그러나 그 여정은 곧 광기의 나락으로 이어졌다.
커츠를 데려오기 위해 파견된 선장 말로 또한 콩고를 향한 동경을 품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품어온 그 꿈은 사실 제국주의가 심어놓은 환상이었을 뿐이다. 그가 실제로 콩고의 밀림 깊숙이 들어갔을 때, 느낀 두려움은 커츠가 직면했던 공포와 다르지 않았다. 커츠가 죽기 직전 외친 말—"공포다, 공포!"—는 단순한 죽음의 외침이 아닌, 절대적 공허에 대한 통찰이었다. 말로 역시 그 말의 깊이를 직감했다.
그러나 커츠의 약혼녀를 찾아간 말로는 마지막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 커츠가 죽기 전 남긴 말이 그녀의 이름이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것은 진정 그녀를 위한 배려였을까? 아니면 말로 자신도 여전히 제국주의적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일까?
커츠는 애초에 글을 쓰는 음악가, 그림 그리는 작가가 될 수 있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타인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으로 받아들였고, 결국 자신을 잃었다. 원시의 밀림은 그가 절대적이라 믿었던 가치들이 얼마나 허무한 것이었는지를 가차 없이 드러냈다. 벗어나려 할수록 더 깊이 침잠하는 공허감—그 무게는 상상 이상이다. 게다가 원주민들조차 커츠의 광기를 신격화함으로써, 그는 두 겹의 공허에 갇히게 되었다.
『암흑의 핵심』은 이야기꾼 말로의 시선을 따라가며, 커츠라는 인물에 투영된 제국주의의 광기와 어둠을 더욱 극적으로 드러낸다. 그 충격은 독자의 내면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