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09-240910
장자 원문을 읽으면서 참고한 책들 가운데 완독한 책 중 한 권이다. 분량이 상당하고 그만큼 내용이 충실한 편이다. 더 훌륭한 책들도 많겠지만, 일본 학계의 분위기를 엿본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는 책 같다. 한·중·일의 미묘하게 다른 해석의 차이를 맛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장자 사유의 핵심은 遊인지, 虛인지, 化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장자의 자유가 노닒에 있다고 한다면, 그 노니는 경지는 적당한 거리두기에 있다. 거리를 둔다는 것은 편애하거나 차별하지 않는 태도를 말하는 것인데, 주와 객을 구별 짓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을 비우고 타자가 되는 태도이기도 하다. 외편과 잡편을 읽으면서 계속 참조하며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장자가 두고두고 읽히는 이유는 신화적인 이야기와 인물과 사건이 있는 우화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강렬하게 이미지로 각인되는 이야기의 여운은 기억 속에서 계속 변주된다. 간결하고 애매모호한 이야기는 경계가 흐릿하다. 장자가 나비 꿈을 꾸는지, 나비가 장자 꿈을 꾸는지 알 수 없듯이. 모든 것을 낳은 혼돈을 죽인 것은 그 자식들이다. 이 비극적인 상황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외편과 잡편을 읽어보자.
이런 일이 있었으므로 열자는 그때까지의 수업은 전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과 같다고 생각하여 집에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3년 동안 한 발짝도 집밖에 나오지 않고 오로지 사색에 몰입하였다. 모든 겉치레를 버리고 아내를 위해 불을 때기도 하고 돼지를 기르는 것도 마치 사람을 기르듯 하며 어떤 물사만을 특별히 마음 쓰거나 하는 일이 없었다. 이렇게 하여 모든 인위적 허식을 본디의 소박함에 되돌려, 어떤 일에도 번뇌하지 않는 위대함을 지니고 그 타고난 모습 그대로 독립하였다. 참으로 위대하도다! 열자는 오로지 도를 지키며 세상을 마쳤던 것이다.- P4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