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에게 책이 한 '사람'처럼 느껴질 수 있을까? 박솔뫼의 <백 행을 쓰고 싶다>를 두고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이건 사람이야. 한 인격체야. 살아있고 움직이고 말을 걸고 돌아다녀.
그래서일까. 고요한 새벽, 몇 시간을 뒤척일 만큼 강한 쓸쓸함에 잠이 안 올 때면 이 책을 이불 밑에 넣어두기도 했다. 어린 시절 가장 의지하는 인형과 잠을 자듯이.
이 책으로 박솔뫼 작품에 입문을 했다. 작가와의 만남 자리에 가서 그녀에게 사인을 받고 말도 주고받았다. 그녀는 이 책 자체였다. 그리고 이 책은 그녀 자체다. 이건 그래서, 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