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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힐  2023/02/11 16:02
  • 인센디어리스
  • 권오경
  • 14,400원 (10%800)
  • 2023-01-09
  • : 2,128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 쓰는 사람들이 영화적 상상력에 너무 익숙해져 글도 그렇게 쓰는 것 같단 얘기를 들었다. 모든 글이 그런 건 아니지만 ‘잘 읽힌다’는 평을 듣는 소설은 영화적 상상력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기도. 참 잘 읽히는 <인센디어리스>도 영화화된다는데 어떻게 풀어나갈지.
화려하고 어두운 미국 도시 이야기는 진부하다고 하기엔 여전히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미국이란 나라 자체가 그렇지. 이 소설은 취미란에 자기파괴라고 적기 가장 좋은 나이인 20대 초중반의 엘리트 대학생들이 결국 누군가를 파괴해버리는 이야기다. 사람이라는 게 얼마나 복잡한 존재인지 술술 그린 문장을 읽는 맛이 좋다. 신앙심을 잃어버린 남자는 여자친구에게 신앙심이 생긴 것 때문에 양가적인 감정을 느낀다. 나도 그 모든 것을 다 겪어봤다는 회의론적인 시선, 그러면서도 신을 향한 여자친구의 순수한 열의와 호기심-자신은 잃어버린 것-에 대한 질투. 생각해보니 그는 끝내 여자친구의 삶을 태워버린 극단주의 종교 교주와 한판 벌이지도 못한 놈이네.

소설은 신앙을 잃고 삶의 원동력이 사라진 유약한 남자친구와 자유 혹은 카오스 그 자체인 여자친구, 사람들을 조종하는 능력만큼은 god인 교주의 시선으로 교차되며 서술된다. 소설의 내용만큼 형식도 좋았다. 극단주의 종교의 파괴력과 20대 초반의 불타는 사랑을 매칭시킨 무서운 아이라인 소유자 작가. 서울에서 태어나 3살에 미국으로 이민 간 작가는 이 소설을 10년 동안 썼다고 한다. 가상의 이야기에 기꺼이 빠져드는 게 취미인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지만 사는 게 혼란스러운 시기에는 읽지 않았으면.

+
신앙을 잃은 자의 고통이란 어떤 것일까 생각한다. 따뜻함을 누리다가 없어졌음을 자각한 순간의 고통, 사실은 그 따뜻함이란 게 있지도 않았다는 무서움을 깨달았을 때의 고통이 얼마나 깊고 오래 간다는 걸까. 교회에 다니다가 다니지 않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서로 닮은 점이 있다.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본질적으론 서로 비슷하다. 그런데 신앙을 잃은 고통을 끌어안고 사는 사람에 대해서는 이제껏 들어본 적이 없다. 어떤 것인지 더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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