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사실 음악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고요를더 사랑했고, 굳이 소리를 들어야 한다면 자연의 소리를 더사랑했다. 나뭇잎이 바람 속을 헤엄치며 내는 소리. 빗방울이비밀 메시지를 타이핑하듯 땅을 두드리는 소리. 파도가 전속력으로 바위를 끌어안으며 부서지는 소리, 풀벌레들이 새벽의 어둠 속에 함께 내는 소리. 마당에 넓게 펼쳐진 돗자리 위에 새빨간 고추와 잘라놓은 애호박과 나물이 햇빛에 바삭하게 말라가는 소리. 조곤조곤 속삭이는 정소율의 말소리.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잔소리까지.- P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