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나에게도 분명 회피형 인간의 기질이 있다. 곤란한 상황에서는 도망치기라는 옵션이 뜨고, 메시지 답장은 오래 걸리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은 욕망 또한 갖고 있다. 그러나 내가 자각하고 있는 사실은, 무언가를 병적으로 회피하려는 인간은 사실 자기 자신으로부터 가장 도망치고 싶어 한다는 것.- P78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려던 인간이 결국 도망치려는 마음으로부터도 도망치는 소설을 썼다. (지상의 밤/임경선 작가의 말)- P78
내가 묻은 것이 함부로 다뤄질 때에 나는 내 손발이 다치는 것처럼 실제로 아파한다.
(중략)
나는 이런 자해성 흡연이나, 자해성 음주, 그리고 자해성 약물 남용을 주로 하는데 그것의 원인이 되는 것들이 저들끼리의 세상에서 안락하고 평온하게 있는 것을 몹시 견딜 수 없어 한다. 같은 환경에서 나만 시달리는 것은 거부한다. 세상 도처에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중에는 무심하고 인간 사정을 모르는 이들도 많다. 그들이 ‘의도치 않게’ —물론 이 말은 신뢰할 수 없다.— 행하는 행위들에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정당하지 못한 감정의 기울기가 싫다.- P90
부모님이 살아 계셨다면 느끼지 않았을 서러움들이 그리움의 크기일까요? 그렇다면 저는 서러워서 그리워요. (안뜰에 봄/정지우)- P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