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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혹에 넘어가면 우린 옛 지구의 사고방식대로 머리가 굳어 버린 400살 먹은 인간 패거리가 돼서 신세계에 발을 디딜 거야. 아이들한테 희생의 가치가 뭔지, 영웅적 행위는 뭐고 새로운 출발의 의미는 어떤 건지 무슨 수로 가르칠 거야? 그때 우린 인간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존재가 돼 버렸을 텐데."
"우린 이 임무를 받아들인 순간에 이미 인간이 아니었어!" 매기는 잠시 입을 다물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현실을 똑바로 봐. 가족계획 알고리즘은 우리도, 우리 아이들도 안중에 없어. 우린 그냥 계획에 따라 최적의 비율로 배합된 유전자를 목적지까지 배달하는 실험관일 뿐이야. 당신 정말로 우리 후손들이 이 안에서 몇 대에 걸쳐 자라고 죽기를 바라는 거야? 이 좁아터진 금속 관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내가 걱정하는 건 그 애들의 정신 건강이야."
"죽음은 우리 종의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야." 주앙의 목소리는 신념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매기는 남편의 목소리에서 논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눈치챘다.
"죽어야만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 근거 없는 통설이야." 매기는 남편을 돌아보았다. 가슴이 아팠다. 그들 사이에는 간극이 있었다. 팽창된 시간처럼 돌이킬 수 없는 간극이.
외할아버지는 비정상적인 시대에 비정상적인 선택을 내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때 일만으로 외할아버지를 판단해선 안 된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장 비정상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가 아니면, 도대체 언제 사람을 판단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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