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탐방기'라는 겉표지를 쓰고 있어서 마냥 발랄할 것 같았다. 축제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흥을 작가들의 문체로 경쾌하게 보여주기를 기대하며 책을 펼졌는데, 물론 기대한 부분에 대한 충족도 있지만 동시에 등장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주제들을 건드리며 다중적인 시각으로 축제를 보게 해주었다.
첫 타자인 영산포 홍어축제부터 '왜 이런 축제를 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자문자답으로 소멸되어가는 도시(라기보다는 지자체)들의 현실에 스포트라이트를 던지고, 양양 연어축제에서는 연어의 펄떡거리는 생명력과 고향을 향하는 절박함과 대비되는 인간의 잔인함을 보여준다. 연관있는 것들을 그러모아 만들어진 축제 요소요소를 케이-스럽다며 까는 부분은 통쾌하지만(단 자국인만 할 수 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잡다하고 서툰 흔적과 함께하려는 노력들이 소중하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보여주며 지역에 대한 애정까지 싹트게 해주었다.
가장 큰 수확은 넘치는 케이-스러움이 부담스러워 일부러 찾지 않았던 축제장들을 한번쯤 들여다 볼까? 싶어졌다는 것.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은 취향과 노력이 질서를 이루어 이 세계를 떠받치고 있다는 것이 왠지 뭉클해져서 나도 어쩔수 없는 이쪽 편(?)이라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