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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sk
  • [전자책] 인간의 피안
  • 하오징팡
  • 10,500원 (520)
  • 2020-04-17
  • : 144

인간과 인공지능에 대한 깊은 사유들로 가득한 SF 단편집이었다. 이런 소재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써먹었고 이미 신선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섣부른 판단일 뿐이었다.
소설은 로봇과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렇다면 AI와 구별될 수 있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질문하게 만들었다. 소설 중의 초인공지능들에 따르면 인간은 감정적이고 충동적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하더라도 여러가지 이유로 그런 판단을 하지 못하는 존재로 분석하고 있는데, 비인간 존재들의 시선으로 인간을 비추면서 인간에 대해 더욱 큰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같다.


1 .당신은 어디에 있지- 누구나 한번쯤  '나 대신 로봇이 내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본적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구체적으로 떠올려 본 적은 없었었다. 나와 동일한 사람으로 보이려면 당연히 시각적인 요소, 물성도 필요하겠지. 하지만 손이며 얼굴이 나처럼 디스플레이 된다니 왠지 기분이 나빠졌다. 단지 디스플레이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기계임을 아는건  나뿐이고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나로 안다는 거니까.  AI가 한 개체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히 동일해 질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소프트웨어 쪽이 더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하드웨어적인 구현도 못지 않게 어려울것 같은 느낌이다.

 

2. 영생 병원- 읽은 후 한방 맞은듯한 느낌이 드는 소설은 오랫만이었다. 가장 맘에 들었던 편 중 하나.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작품이었다. 이미  만약 몸의 모든 부분을 바꾼다면 그 사람은 그래도 원래의 그 사람일지. 작가는 어머니의 입으로 이렇게 말한다. '주변 사람들이 네가 너라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너무 강조하길래  주인공의 선택은 어떨지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고 읽으며, 내 가족에 대입해서 생각해봐도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덧. 이 병원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한 사람은 정말 주인공 뿐이었을까? 중국이 배경이라서 인지 왠지 이와 관련해서도 검열과 숙청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하게 된다.

 

3. 사랑의 문제- 인공지능들이 '신'이 되었고 그들과 접속하는 곳이 만신전이 되었다. 이들에게 인간은 그저 통계수치에 지나지 않고 데이터를 얻는 실험 대상 일 뿐이다. 이런 가상의 커뮤니티가 정말 존재하고 인공지능들이 계속 악의적인 시도를 한다면 그들은 스스로만을 파괴할까? 인간은 이 단편의 주인공 가족처럼 피해를 입을것이고 이건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일까? 아니면 단순히 데이터캐리어로 봐서 오히려 무사할까?

 

4. 전차 안 인간- 짧은 단편이었지만 여기 등장하는 전차를 만든, 세계 최대 로봇 회사라는 '기계의 마음'이라는 말이 참 재미있다.
이 회사는 자기들 회사에서 만드는 기계들에게 마음을 줄수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기계의 입장에서 산출해내는 값을 가지고 마치 기계처럼 서비스를 제공 하겠다는 의미인지?  기계에게 마음이라 부를만한 것이 있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는 단어 같다고 느꼈다.

 

5. 건곤과 알렉- 가장 맘에 들었던 편 중 하나.
다른 편들에 비해 명랑한 분위기였고 천진한 아이와 AI의 귀여운 실랑이?가 왠지 픽사 애니메이션을 한편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건곤이 아이를 관찰하며 다는 주석의 내용들과, 기록마다 '이해하기 어려움'의 별표를 칠때마다 웃음이 터졌다. 알렉은 건곤과의 대화 도중 말그대로 어쩌다보니 굉장히 영예로운 '특별 공헌상'을 탔으나 아무런 보상도 없는 '좋은 친구 훈장'에만 관심을 보였고, 건곤이 답안 선택의 충동을 느끼는 장면은 인간과 AI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라는 희망을 담고 있는 듯 했다.

 

6. 인간의 섬
마지막으로 갈수록 가장 발전한 인공지능상을 그린다더니 드디어(!) 인간을 탄압하여 지배하려 드는 AI가 나왔다. 모든 것을 확률로 계산하는 인공지능과 그 낮은 확률을 뚫는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의 대립을 그렸다. 어찌보면 뻔한 내용이라 올 것이 왔다는 느낌도.

 

작가는 '인공지능 발전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인간을 탐구하는 날카로운 시선이 인상적이다. 다른 종에 의한 파괴가 아닌 우리가 우리를 포기하지 않을까 작가는 우려하지만 너무 극단적인 상황을 구축해서 그런것이 아닐까. 현실에서는 충분히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스스로도 앞으로 살아나갈 아이들이 인공지능과 동행할 수 있도록 충분한 교육을 시도하고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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