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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미루기 힘든 김애란 입문이기에.
저에게 김애란 작가 첫 작품입니다.
큰 형수님이 요사이 책 읽는 취미를 가져 김애란 작가책을 사들이는 걸 보고 저도 이참에 덜컥 이 바닥에 발을 딛게 되는 비극을..
여러분들은 김애란 작가의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요?

이 책은 7개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1. 홈파티

˝사실 해방 이래 한번도 돈을 욕망하지 않은 적 없으면서, 겉으로는 노동과 근면을 미덕인 양 가르쳐온 사회가 갑자기 저더러 (금융)문맹이라니 억울하고 서운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그간 저나 제 부모님이 살아온 방식을.... 응, 실존을 부정당한 것 같아서.˝ -38쪽


살면서 어떤 긴장은 이겨내야만 하고, 어떤 연기는 꼭 끝까지 무사히 마친 뒤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는걸, 그건 세상의 인정이나 사랑과 상관없는, 가식이나 예의와도 무관한, 말 그대로 실존의 영역임을 알았다. - 39쪽


‘작가로서 당신이 누군가에게서 뭔가 뺏고 싶다면 그에게 먼저 그걸 주어라‘라는 법칙이었다. 그래서 이연은 지금도 소설이나 연극,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너무 행복한 표정을 지을때면, 사랑이나 어떤 성취 혹은 명예 앞에서 너무 벅찬 감정을 표할 때면 어김없이 ‘저 사람 곧 저걸 잃어버리겠구나‘ 예감하곤 했다. -43쪽


2. 숲 속 작은 집

주위를 둘러보다 결국 어떤 공간을 우아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는 ‘낡음‘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반짝이지도 매끄럽지도 않은 시간이 거기 그냥 고이도록 놔둔 집주인의 자신감과 여유가 부러웠다. -54쪽

어디 얼마나 머물든 주변을 잘 정돈하는 건 내 오랜 습관이자 자부였다. 어릴 땐 안 그랬는데 독립 후 자취하며 생긴 버릇이었다. 그리고 그럴 때 나는 좀더 잘 살고 있단 느낌을 받았다. 아직 무언가 완전히 놓아버리지 않았단 실감이었다. - 57쪽

하루에도 몇 번씩 한국인과 마주칠 때마다 그들과 나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흘렀다. 시치미와 드러냄, 감춤과 판별의 눈빛이 순식간에 교차했다. 가끔은 그들이 여행지의 마법을 깨뜨리는 듯해 언짢다가도 또 어느 땐 아주 작은 소리라도 내 귀에 너무 잘 박히는 한국어가 신기해 고개 돌렸다. - 69쪽

그렇지만 실제로 내게 별 관심없는 이들에게 내 인생을 매번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에게는 그저 삶의 활력소처럼 가볍게 비난하고 싶은 대상이 필요한 것뿐이라고. 삶의 권태를 어느 정도 그렇게 견디는 것뿐이라고 여기려 애썼다.
자기 방의 벽지를 바꿀 수 없을 땐 남의 집 현관이 더럽다고 생각하면 많은 위안이 되니까. 그게 남 뒷얘기 하는 이들 못지 않게 속물적인 태도란 걸 알면서도 그랬다. -78쪽


3. 좋은 이웃

젊은 시절, 나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는데 요즘은 자꾸 ‘재산‘을 지키고 싶어집니다. 그래야 나도, 내 가족도 지킬 수 있을 것 같은 불안이 들어서요. 그런데 얄궂게도 남의 욕망은 탐욕 같고, 내 것만 욕구처럼 느껴집니다. (...)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두에게 떳떳한 선이란 과연 어디까지일까 반문합니다. - 141쪽


4. 이물감

기태는 자신이 늙음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음을, 안다 믿었던 것조차 실은 아는 게 아니었음을 새삼 실감했다.
그러니 앞으로 남은 삶은 또 얼마나 혹독할까? - 176쪽

그러나 보다 인상적인 건 차대표의 안색과 표정이었다.
그건 기태가 거래처의 고위 간부나 임원을 접대하며 종종 봐온 낯빛이었다. 오랜 시간 질 좋은 음식을 섭취한 이들이 뿜는 특유의 기운이 있었다. 편안한 음식을 취한 편안한 내장들이 자아내는 표정이랄까. 음식이 혀에 닿는 순간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는 찰나가 쌓인, 작은 쾌락이 축적된 얼굴이랄까. 아무튼 그런 인상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
기태는 그걸 자기 혼자 ‘내장의 관상‘이라 불렀다. 음식의 원재료가 품은 바람의 기억, 햇빛의 감도와 함께 대장 속 섬모들이 꿈꾸듯 출렁일 때 그 평화와 소화의 시간이 졸아든 게 바로 ‘내장의 관상‘이었다. - 179쪽


5. 레몬케이크

나의 오늘과 당신의 오늘이 다르다는 자명함이, 엄마의 하루와 자신의 하루의 속도와 우선순위, 색감과 기대가 늘 달랐다는 게,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게 문득 뼈아프게 다가왔다.
아무리 최선을 다한들 자신은 이 감정을 평생 느낄 거라는 점도.
- 214쪽

6. 안녕이라 그랬어
7. 빗방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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