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쿠키님의 서재


일본 도호쿠 지방 아오모리현의 쓰가루 지역을 여행하고 싶게 만든 작품이다.


첫 문장

"글쎄, 왜 여행을 떠나요?"

"괴로우니까"

본편의 첫 제목을 '순례'라고 한 까닭, 여기에 있는 듯하다.


마지막 문장

"안녕히! 독자여, 목숨 있거든 또 훗날, 힘차게 살아가자. 절망하지 마. 그럼 실례"


<쓰가루>의 마지막 명장면에서 다자이는 30년 전 자신을 돌봐 준 보모 다케를 찾아 길을 나선다.


다자이 집안에 귀속된 소작농의 자식으로 태어나, 부모의 소작밎을 덜기 위해 14살에 하녀가 되고, 3살 쓰시마 슈지(다자이)를 약 6년간 도맡아 키우면서 '아무리 어려도 상대는 도련님, 나는 하인'임을 자각하려고 애썼다는 다케, 미래의 작가에게 책 읽는 법과 책 사는 법을 알려준 것도 다케였다. 다케는 스물 한 살에 이 고갯길을 넘어 코도마리 철물첨에 후처로 들어가고, 아이 열한 명을 낳지만 여섯 명이 죽는다.


이번에 내가 쓰가루에 와서,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만나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을, 내 어머니라 여기고 있다. 삼십여 년이나 만나지 못했음에도, 나는, 그 사람 얼굴을 잊지 못한다. 나의 일생은, 그 사람으로 인해 확정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191쪽


내 어머니는 병약했으므로, 나는 어머니의 젖은 한 방울도 먹지 못해 태어나자마자 유모 품에 안겼고, 세 살이 되어 아장아장 일어서 걸을 수 있게 되었을 즈음, 유모와 헤어져 그 유모 대신 보모로 고용된 이가 다케다. 나는 밤에는 이모에게 안기어 잠들었지만, 그 외엔 언제나 다케와 함께 지냈다. 세살부터 여덟 살까지, 나는 다케한테 교육받았다. -193쪽


철물점의 고시노, 청년은 생각하다가 '아, 건너편 저쪽 천막에 있었던 것 같은데' -203쪽



다자이는 혼슈 서북쪽의 최북단 항구에 있는 굽이굽이 산길을 넘어 다케가 살고 있다는 철물점앞에 도착한다.


 <다케의 철물점이자 집이 있던 곳> 


집에 없어서 물어보니 자녀 학교의 운동회 축제에 갔다고 해서 가니 찾지를 못해서 만나지 못하고 돌아갈까 망설이는데 다시 돌아온 다케의 집에서 그녀의 어린 딸을 만난다.

" 돌아가자, 생각해 보면, 아무리 키워 준 부모라고 해봤자, 노골적으로 말해 고용인이다. 하녀가 아닌가!

너는, 하녀의 자식이냐? 남자가 나잇살 먹고선, 옛 하녀를 그리워하며 한 번 만나고 싶다느니 뭐라느니, 그 모양이니까 넌 글렀다는 거야. 형들이 너를, 천박하고 사내답지 못한 녀석이라고 한심스레 여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넌 형제 중에서도 혼자만 다르게, 어째서 이토록 칠칠하지 못하고, 추접스럽고, 상스러운 건지! 어서 정신 차려!"

- 205쪽


나는 다케의 자식이다. 하녀의 자식인들 뭔들, 상관없어, 나는 큰 소리로 말할 수 있어. 난 다케의 자식이야. 형들에게 경멸당한 들 괜찮아. 난, 이 소녀와 형제야 - 206쪽


그녀의 딸을 앞세워 학교 운동회의 천막에서 드디어 30년만에 다케를 만나는 장면은 잊을 수 없는 대목이 될 것 같다


이젠 뭐가 어떻게 되더라도 괜찮다. 싶은 그야말로 아무근심 없고 평온한 상태다. 평화란 이런 기분을 말하는 걸까?

만약 그러하다면, 나는 이때 태어나 처음 마음의 평화를 체험했다고도 할 수 있다. 몇 해전 돌아가신 나의 생모는 기품 넘치고 온후하며 훌륭한 어머니였지만, 

이렇듯 신기한 안도감을 내게 전해 주지는 않았다. 세상의 어머니라는 존재는 모두, 그 자식에게 이처럼 달콤한 방심(放心)의 휴식을 전해주는 것일까 - 208쪽


<다자이가 그린 다케의 얼굴>


아아! 나는 다케를 닮았다, 생각했다. 형제 가운데 나 혼자, 세련되지 못하고 덜렁대는 구석이 있는 건, 이 슬픈 키워 준 부모의 영향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이때 비로소, 내 성장의 본질을 똑똑히 알게 되었다. 나는 결코 고상하게 자란 남자가 아니다. 그러하니, 부잣집 아이답지 않은 구석이 있었다. 보라! 내가 잊지 못하는 사람은 아오모리에 있는 T군이고, 고쇼가와라에 있는 나카하타 씨이고, 가나기에 있는 아야이고, 그리고 고도마리에 있는 다케다. - 213쪽


나는 허식을 부리지 않았다. 독자를 속이지는 않았다.

안녕히! 독자여, 목숨 있거든 또 훗날, 힘차게 살아가자. 절망하지 마, 그럼, 실례



아오모리 지역 곳곳에는 다자이를 기념하는 장소가 마련되고 있어, 문학 팬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쓰가루>와 관련해서는 다케와 다자이, 두 사람이 나란히 앉은 모습의 브론즈 동상이 고도마리에 세워졌다. 소설에 묘사된 그대로다. '재회 공원'이라 이름 붙은 그 자리에는 문학비와 더불어 소설 <쓰가루>동상 기념관이 아담하고 알찬 꾸밈새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다케와 다자이 동상>


다큐 요소가 가미된 픽션 <쓰가루>의 라스트 신은 그야말로 잊히지 않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 조형술에 더해 최고의 문장가 다자이의 필력이 빛나는 백미다. 아래는 다자이를 만난 다케의 말이다. 이 부분에서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오랜만이구나. 처음엔. 알아보지 못했어, 가나기의 쓰시마, 라고 우리 아이가 말했지만, 설마 싶었지. 설마, 와 주리라곤 생각을 못했어. 천막을 나와서 네 얼굴을 봐도, 못 알아봤지. 슈지다, 라는 말에 어머? 싶었는데, 그러고 나선 입이 떨어지지 않더구나. 운동회고 뭐고 하나도 안 보였어. 삼십 년 가까이 다케는 널 만나고 싶어서, 만날 수 있으려나, 만날 수 없으려나, 오로지 그 생각만 하며 지내 왔는데, 이렇듯 번듯하니 어른이 돼서, 다케가 보고 싶어서, 멀고 먼 고도마리까지 찾아와 주었는가 생각하면, 고맙다고 할지, 기쁘다고 할지, 슬프다고 할지, 그런 것쯤이야 아무려면 어때, 그래, 잘 왔구나! 네 집에 고용살이하러 갔을 땐 너는 아장아장 걷다가는 넘어지고, 아장아장 걷다가는 넘어지고, 아직 잘 걷지 못했는데, 밥 먹을 땐 밥그릇을 들고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곳간의 돌계단 아래서 밥 먹는 걸 제일 좋아했고, 다케한테 옛날 이야기를 졸라 대고는, 다케 얼굴을 말똥말똥 보면서 한 숟가락씩 먹는 통에 품이 꽤 들기는 했어도 얼마나 귀여웠는지! 그랬는데 이처럼 어른이 됐으니, 모두 꿈만 같구나. 가나기에도, 이따금 갔지만, 가나기 마을을 걸으면서, 혹시라도 네가 그 언저리서 놀고 있지나 않을까 싶어, 너와 비슷한 또래 남자아이를 한 명 한명 씩 살피며 걷곤 했단다. 잘 왔구나" 한마리 한마디, 말할때마다 손에 든 벚나무 잔가지의 꽃을 정신없이 잡아 뜯고선 버리고, 잡아 뜯어선 버리고 있다. -224쪽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