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한병철의 문제적 저작 [고통없는 사회]는 에른스트 융어의 대담한 선언을 인용하면서 시작한다.
"네가 고통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말하라, 그러면 네가 누구인지 말해주겠다" 그러면서 그는 '고통에는 각각의 사회를 이해하는 열쇠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어떤가? 한병철은 '모든 고통스러운 상태가 회피되'는 고통공포로 진단한다.
이런 사회에서는 사랑의 고통조차 의심스러운 것이 된다. 그는 미국의 통증 전문가 데이비드 B.모리스의 이 흥미로운 발언을 가져온다.
"오늘날의 미국인들은 아마도 고통없는 삶을 일종의 헌법으로 보장된 권리처럼 생각하는 지구상 첫 번째 세대에 속할 것이다. 고통은 스캔들이다"
한병철에게 '긍정심리학'은 진통제이며 마취제이다. '오늘날 고통 경험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고통이 무의미한 것으로 지각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통은 무의미하지 않다.
'모든 진실은 고통스럽'고 '고통은 결속'이자 '자아의 윤곽을 드러내'며 '고통은 현실'이다.
이 현실의 반대편에는 좋아요의 세계가 있다. 또한 고통이 사라진 '만족의 문화에는 카타르시스의 가능성이 빠져 있다'
문제는 아무리 고통을 회피하려 해도 고통은 반드시 귀환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약물과 긍정심리학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만성통증은 늘어나고 있고 아이들은 자해하며, 정신적 고통은 극심해졌다.
한병철은 "만성적 고통이 견딜 수 없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오늘날의 사회가 의미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만성적 고통은 의미를 상실한 우리 사회를, 우리의 이야기를 잃어버린 시대를 반영한다"고 진단한다.-114~1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