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현재 2030세대 폭민(暴民)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실마리를 던져준다.
제2장에서 아렌트의 ˝근본악˝,˝절대악˝의 개념과 ˝대중˝과 ˝폭민˝의 키워드를 가져와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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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무엇이 우리를 쓸모없는 존재로 만드는가.
인류 역사상 권력은 언제나 현실이었음에도 도덕과 이념으로 통제하려는 전통에 반기를 들고 권력의 현실을 최초로 인정한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악마의 손으로 쓴 책이라고 맹렬하게 비난한 것으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악마의 책을 불태우고 도덕적으로 배척한 교황과 군주들이 이 책을 은밀히 읽는 열렬한 독자였다는 아이러니를 생각하면, 권력욕을 악으로 규정하는 주장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는 것 같다. p42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어떤 것을 정치적 악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한나 아렌트는 나치 전체주의 정권이 저지른 악행을 이해하기 위해 ˝근본악˝과 ˝절대악˝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p43
한나 아렌트 정치철학의 독특한 성격을 이해하려면, 그녀가 전체주의의 절대적 악, 또는 근본악에서부터 출발했다는 사실을 파악해야 한다. 어떤 이유도 없이 그리고 아무런 동기도 없이 인간을 학살하는 행위, 그것은 처벌할 수도 없고, 용서할 수도 없는 근본악이다.
아렌트가 전체주의의 인종 청소와 대량 학살을 절대악으로 규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죄를 오로지 아돌프 히틀러라는 악마와 괴물에게 묻는 것은 아니다. 히틀러를 악마로 몰면 몰수록, 이러한 악행을 저지른 전체주의 정권의 실체는 더욱더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p45
한나아렌트는 칸트가 만들어낸 ˝근본악˝이라는 단어로 적어도 이런 악의 존재를 짐작했던 유일한 철학자이지만 ˝도착된 사악한 의지라는 개념˝으로 악을 설명하려는 그의 시도는 실패했다고 진단한다. 히틀러의 전체주의 정권은 그 어떤 동기로도 설명할 수 없다고 다시 한번 단언한다. p47
왜 수많는 사람이 전체주의 지도자들에게 순순히 복종하고 충성했으며 또 왜 아무런 저항도 없이 죽음의 공장으로 끌려갔는가는 쉽게 풀리지 않는 불가사의이다.
아렌트의 독창성은 이 물음에 답하려는 시도에 있다. p49
전체주의는 잔학한 통치방법을 넘어서 사람들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체제이다. 대중이 출현했다고 해서 반드시 전체주의 정권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이 인간을 쓸모없게 만드는 잉여화의 기제와 결합할 때 전체주의적 경향이 싹튼다는 아렌트의 인식은 여전히 타당하다. p50
대중은 수적으로는 거대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모두 고립되어 있다.(...)
정권에 대한 절대적 충성을 요구하는 방법은 사람들을 서로 고립되어 있는 대중으로 만드는 방법뿐이다. ˝그러한 충성심은 완전히 고립된 인간에게서만 기대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은 가족이나, 친구, 동료와는 사회적 유대관계도 없고 심지어 단순히 아는 사람도 없이 단지 운동에 속해 있다는 사실과 당원 자격에서 사회적 존재의 의식, 즉 이 세상에 자기 자리가 있다는 의식을 이끌어낸다.
p52
어떤 계급에도 속하지 않겠다는 대중은 본질적으로 폭력적 성향을 갖는다. 그 어떤 정치적 관심도 없는 비정치적 대중이 정치화될때 나타나는 것이 ˝폭민˝이다.(....)
폭민은 부르주아 계급의 붕괴와 자본주의의 부산물로 나타난다.(...)
한때는 중산층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계층에서 배제되었다고 느낄 때 훨씬 더 폭력적인 성향을 보일 수 있다. p54
아렌트는 전체주의를 추적하면서 잉여화의 경향을 날카롭게 밝혀낸다. <전체주의의 기원>을 완성하고 그 첫판을 카를 야스퍼스에게 생일선물로 보낸다.
이 책의 진가를 금방 알아보았다.
야스퍼스는 훗날 이 책의 독일어판 서문에서 아렌트가 ˝나치즘과 볼셰비즘에서 폭정과 전제정치를 넘어서는 전적으로 새로운 것을 인식했다고 말한다 p56
인간을 남아도는 존재로 만드는 잉여화, 그것을 인간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인간의 수단화는 존재는 건드리지 않고 오직 인간의 존엄만 해치지만, 인간의 잉여화는 인간을 남아돌아 쓸모없는 존재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은 -사람에게서는 자발성에 상응하는-모든 예측불가능성을 제거하자마자 일어납니다. p54
그들에게 닥친 곤경은 법 앞에서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들을 위한 어떤 법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그들은 어떤 공동체에도 속하지 않은 필요 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근본악이다. p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