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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희랍의 3대 비극이라고 하면 소포클레스, 아이스 퀼로스, 에우피데스 비극 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아이스 퀼로스의 비극을 맨처음 읽게 된 것은 나름의 독서계획에 따른것이다.희랍의 비극은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탐구정신에 힘입어 대중예술인 시,노래,춤과 웅변술과 고급예술을 한데 묶은 종합예술로 그 당시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음은 물론, 현재에 와서도 여전히 무대에 올려지고 있는 작품들이 많다.

   아이스퀼로스(B.C. 525~426)가 태어났을 때의 희랍문화의 중심지는 아테나이가 아니라, 소아시아 이오니아 지방이었다. 그러나  아테나이는 페르시아 전쟁과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승전 함으로써 그 과정에서 희랍문명의 중심지가 된다. 아이스 퀼로스 비극 또한 페르시아 전쟁 이후  희랍축제인 디오니소스제의 일부인 비극경연에 입상한 작품이다. 왜 하필 비극경연이였을까? 하는 의문은 들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쟁으로 정서가 황폐화되는 건 자명한 일이였을 게고,  그로 인해 생존하고자 신에 의지하려는 인간의 심리는 자연스런 현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이의 비극을 보고 현재 자신의 상태를 좀더 긍정할 수 있고, 죄를 지은 사람은 반드시 벌한다는 국가의지가 신의 뜻이라는 것을 은연 중에 심어줄 수 있는 수단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은 네 편의 다른 극이 나온다. 그것은 아가멤논, 코에포로이, 자비로운 여신들, 결박된 프로메테우스이다. 결박된 프로메테우스를 제외한 나머지 3편의 글(아가멤논, 코에포로이, 자비로운 여신들)은 내용적으로 연결되어있어, 3부작이라고도 불린다.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아가멤논은 아르고스의 왕이다. 그런데 그의 집안에는 조상대대로 근친살해를 했다. 그의 할아버지 펠롭스는 자신의 장인을 죽였고, 아버지 아트레우스는 자신의 형제인 튀에스테스를 몰아내기위해 그의 아들을 죽여 그에게 먹이기까지 했다. 그리하여 아트레우스 가의 저주는 계속되고 있는 중이였다. 어쨌든 아가멤논 대에 와선 자신의 동생과 전쟁에 출정한다. 많은 비용으로 무기와 배를 사고 군사를 모았지만 바람이 너무 거세서 출발을 못하게 된다. 이에 신탁을 들으니, 자신의 큰 딸을 신께 제물로 바치라고 한다. 그녀의 아버지 아가멤논은 번뇌했지만 결국 딸을 제물로 바치고 동생과 함께 출항한다. 제물덕인지는 몰라도 트로이아에서 대승을 거두고 돌아오는 때가 이 극의 시작이다. 한편 아가멤논의 아내 클뤼타이메스트라는 시삼촌의 아들 아이기스토스와 관계를 맺고 아가멤논을 살해한다. 그 전에 자신의 아들 오레스테스를 세상을 좀더 알고 오라는 이름으로 원행(어떤의미에선 추방)을 보낸다. 물론 아가멤논이 전리품으로 데리고 온 카산드라도 도끼로 잔인하게 죽인다. 클뤼타이메스트라는 자신의 큰딸을 제물로 바친 죄에 대한 벌로써 자신의 남편을 죽였다고 하나, 연정이 먼저인지 모성이 먼저인지는 아무도 모를일이다. 아가멤논의 내용은 여기까지이다.

 제2부인 '코에포로이'는 희랍어로 '제주를 바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가 돌아오면서 극이 시작된다. 클뤼타이메스트라는 밤에 악몽을 꾸고 그녀의 둘째 딸 엘렉트라를 시켜 아버지 무덤(아가멤논)에 제주를 바치라고 보낸다. 이곳에서 7년 동안 원행(추방)을 갔던 오레스테스와 엘렉트라는 만난다. 이둘의 관계는 오누이이므로 아버지 아가멤논을 잔인하게 죽인 어머니를 응징할것을 계획한다. 결국 아들은 친구와 함께 자신의 어머니와 정부(아이기스토스)를 죽이나, 자신은 '모친살해죄'를 범하게 된다.

 제3부인 '자비로운 여신들'은 모친살해죄를 두고 어떻게 벌할 것인가에 논박이 시작된다. 놀라운 점은 그 당시에도 신이 배심원 제도를 채택하여 유/무죄를 따졌다는 것이다. 결국 여신들은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를 용서하고 아트레우스 가의 저주를 풀어준다. 3부의 마지막 극을 마침과 동시에 배우와 관객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테나이 시가지를 횃불을 들고 행진한다. 마지막 글을 읽는 동안 그 장관을 보는 듯했다.

 마지막 글인 결박된 프로메테우스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티탄신족의 한명인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동정하여 신에게서 불을 훔쳐다준것이 죄가 되어 제우스는 바위에다 그를 묶는게 이 작품의 시작이다. 익히 아는 바와 같이 그의 심장은 밤마다 재생되고 아침마다 독수리가 와서 그의 심장을 쪼아먹는다.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가 알고 있는 미래에 대한 비밀을 알고 싶어하나, 그는 수많은 회유와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버틴다. 인류에게 불을 가져다주고 자신의 극심한 고통속에서도 타협을 거부하고 오히려 타인을 위로할 만큼 자의식이 강하고 동정심 많은 이 신에 대해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대략적으로 아이스퀼로스의 비극(천병희 옮김/ 단국대 출판부)에 대한 내용과 나의 느낌을 적어보았다. 기존의 번역되어 나왔던 줄거리중심이 아닌 대사 하나 하나를 읽어보는 재미는 다른 책과 견줄바 아니다. 더군다나 소리내어 이 글을 읽어 그 속의 음률을 느껴볼 일이다. 그리고 고대 희랍인들도 요즘사람들과 별반 차이없는 감정을 느꼈다는 점과  민주주의의 원류라는 그 사회도 참 가부장 중심 이었구나싶어 조금 실망감이 들기도 했다. 어쨌든 깊어가는 이 가을 인문학 읽기를 통한 교양을 쌓아보는 의미에서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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