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나를 한국소설에 다시 빠지게 만들었던
천명관의 소설 #1:
나는 거의 평생, 그리고 20년 정도를 끈질기게
만화책은 알라딘에서 주문해서 미국까지 공수해
읽고 모으는 열정을 지녔지만 한 동안
한국 소설책은 아예 읽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하긴 만화책빼곤 꽤나 오래동안 한국책은 커녕
California 살면서도 한국 TV 방송도 전혀 안 보고
음악도 아예 안 듣고 살았으니까.
가히 '지상의 낙원' 이라 불릴 수 있는 도서관마저도
귀찮아서 잘 가지 않고 내가 읽고싶은 책은
그냥 다 사서 보는 편인데 아들이 어렸을 땐
어쩔 수 없이 교육상 도서관을 드나들긴 했다.
아마도 2005년 쯤,
중국이나 일본책에 비해서는 빈약하지만
어쨌든 도서관 한국어책 Shelf 에서
<고래> 를 우연히 빌려왔는데 정말 그 날 한 자리에 앉아
거의 꼼짝도 하지않고 다 읽어버렸다.
내가 워낙 몰두해서 읽으니까
소설책은 거의 읽지 않는 남편마저 궁금해하길래
<고래> 책 얘기 같이 하고 싶어서 강추했더니
이 황당무계하고도 매혹적인 이야기에 풍덩 빠진 남편,
회사 갈 때마저도 점심시간에 계속 읽겠다고
이 책을 들고가는 것이었다.
이런 책은 역시 구입해서 소장해야 해, 하면서
갑자기 매의 눈으로 한국 소설책 검색하기 시작,
이민올 때 가져왔고 초기에 가끔 인편으로 구입했던
아주 오래된 구닥다리 한국어책 말고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한국 소설은
다 이 책 <고래> 때문에 덩달아 사서 모으기 시작한 책들이다.
그 후 몇 년 동안은 몇 군데나 되는 근처 도서관을
일부러 한 바퀴 다 도는 왕부지런까지 떨어가며
영어 번역판 제외, 한국어책이란 한국어책은
거의 다 쓸어모아 읽었다.
천명관의 <고래>.
많은 면에서 조악하기 짝이 없고 군더더기 왕창인
장황한 문체마저 서사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이런 터무니없고 황당하기까지 한 삶의 비극과
그럼에도 여기저기 보석처럼 빛나는 찰라적인 아름다움,
격정과 투쟁으로 가득찬 삶의 지난함이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면서도
끈질긴 인내와 온유함이 결국 비루했던 삶을 완성시키는 감동.
무엇보다도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책을
손에서 뗄 수 없게 만드는 미친 흡입력.

<고래> 천명관
나는 이미 Classics 의 성전 Canon 에 올라간 작가와 책들 빼고는
노벨 문학상에는 거의 관심이 없지만 아무래도 미국에 살다보니까
Pulitzer Prize 와 National Book Award 정도, 그리고
Man Booker Prize 수상작이나 Longlisted
또는 Shortlisted 된 책들은 관심을 가지고
계속 사서 모아가며 읽고 있긴하다.
예전에 대충 주섬주섬 찾아서 찍어 놓았던 부커 수상작과
부커상 관련책을 모아둔 책장 구석의 사진,
그리고 Pulitzer Prize Winner 의 책을 쌓아둔 사진인데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종이책을 소장하고 있긴 하다.

Booker Prize Winners

Booker Prize Related Books

Pulitzer Winners
아무래도 이런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한데다
평론가들은 물론 대중의 관심까지 모은 책들은
한참이나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도
시간의 엄정한 시험 Relentless Test of Time 에서 살아 남아
그야말로 Timeless Classics 의 반열에 오를 것이며
그래서 이런 책들을 읽었던 내 소중한 인생의 조각이
낭비가 아니라는 당위성을 부여해줄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특히 Man Booker Prize 관련 책은 Paperback 으로는 물론이고
거의 체계적으로 Kindle 로 많은 수상작과 최종 후보작외에도
역대 수상 작가들 중 나의 관심 작가들의 다른 책들까지
거의 집요한 수준으로 정리해 놓았는데
솔직히 International Booker Prize 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2016년 이전에는 거의 영어로 쓰여진 책들을
대상으로 한 거라서 기존의 Booker Prize 와
차등을 두는게 오히려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래서
Philip Roth, Alice Munro, 그리고 Lydia Davis 의 책이
International Booker Prize 를 수상했다는데
그게 뭐, 어쨌다고? 하는 정도였다.

The Vegetarian by Hand Kang <채식주의자>

Human Acts by Hand Kang <소년이 온다>
한강 작가의 The Vegetarian 이 2016년
International Man Booker Prize 의 수상작이 되고 나서야
수상 방식이 바뀐 것을 알았고 비로서 관심을 가지고
국제 부커상 작품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지만
기대보다 <채식주의자> 는 영 내 취향이 아니라서
한국어판으로 읽으면 좀 더 나을까 싶다가도
그냥 책 사는데 이중으로 돈 쓰는 건 참기로 했다.
오히려 Human Acts <소년이 온다> 는 소재와 흡입력이
대단해서 한국어판 종이책으로도 살까 생각 중이다.
한 때 영국 식민지였던, 지금은 영연방이라고 이름지어진
많은 나라에서 아예 영어로 쓴 특히 Post-colonialism 관련,
유사한 (?) 작품들이 범람하니까 굳이 영어로 번역된 작품을
읽고 싶은 생각 역시 별로 들지 않았었다.
그러나 2023년 International Booker Prize Shortlisted 에서
천명관 작가의 <고래> 를 발견했을 땐 정말 반가웠다.
한 때 나를 한국소설 읽는 재미에 다시 빠져들게 만들었던
천명관 작가의 <고래> 라니! 20년 정도 지나고 나니
영어로 번역되어 결국 저 Originality,
독창성이 국제적인 관심을 받게 되는구나.

Whale by Cheon Myeong-Kwan
비록 부커상 수상은 못 했지만 수상작 비롯,
다른 최종 후보작품 다 제치고 <고래> 에 대한
논평이나 Articles 만 샅샅이 찾아 읽었는데
일단 부커상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먼저 적어본다.
이렇게 책에 대해 제대로 핵심을 콕 짚어 낸
좋은 글은 읽기도 즐겁고 잘 쓴 논평은 배움이 된다.
https://thebookerprizes.com/the-booker-library/prize-years/international/2023
Why you should read the International Booker Prize 2023 shortlist,
according to our judges
<심사위원들이 말하는
국제 부커상 2023 최종 후보작을 읽어야 하는 이유>
How would you summarise Whale by Cheon Myeong-kwan,
translated by Chi-Young Kim,
in a sentence to encourage readers to pick it up?
>>>김지영이 번역한 천명관 작가의 <고래>를 독자들에게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어떻게 소개하시겠습니까?
Whale is a rollercoaster adventure
through Korean history and culture,
a magical and grotesque epic about life and death,
liberty and self-fulfilment, dried fish and bricks.
>>><고래>는 삶과 죽음, 자유와 자아실현,
건어물과 벽돌에 관한 마술적이고 괴이한 대서사시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관통하는 파란만장한 모험담입니다.
Is there something unique about this book,
something that you haven’t encountered in fiction before?
>>>이 책에 이전 소설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독특한 점이 있습니까?
It’s hard to think of a book
that had such an abundance of imagination.
The plot twists and turns and hurtles along in a way
that makes you pleasantly dizzy;
the imagery and language in the book are also so rich,
with the innocence and darkness
of a fairy-tale combined with a playful sense of irony.
The translator Chi-Young Kim has done an amazing job,
the translation is so dynamic and full of life.
>>>이렇게 상상력이 풍부한 책을 생각하기란 어렵습니다.
줄거리는 당신을 기분좋을만큼 아찔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뒤틀리고 꼬이면서 휘몰아치며 나아갑니다.
동화의 순수함과 어두움이
장난기 넘치는 풍자적 감각과 어우러지며
이 책의 비유적 묘사와 언어도 매우 풍부합니다.
번역가 김지영은 놀라운 일을 해냈고,
번역은 매우 역동적이며 생동감으로 넘쳐납니다.
What do you think it is about this book
that readers will not only admire, but love?
>>>이 책의 어떤 점을 독자들이 감탄할 뿐만 아니라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longside the whirlwind plot,
probably the riotous sense of humour.
This is real Rabelaisian stuff ㅡgrotesque bodies,
violence, passion, decay and carnivalesque laughter.
This makes the book very funny, but also deeply human.
*Rabelaisian
referring to François Rabelais
-displaying earthy humor; bawdy.
>>>세속적인 유머를 보여주는; 외설적인
>>>회오리 바람처럼 휘몰아치는 줄거리와 함께
아마도 터질듯한 유머 감각일 것입니다.
이것은ㅡ끔찍스러운 몸, 폭력, 열정, 부패 및 사육제와도 같은 웃음ㅡ
진정한 Rabelaisian 외설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것은 이 책을 매우 재미있으면서도 몹시 인간적으로 만듭니다.
Can you tell us about any particular characters
that readers might connect with, and why?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특정 인물과
그 이유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The characters have the power of archetypes
ㅡthey’ll haunt your dreams. Geumbok, the protagonist,
is an irrepressible entrepreneur and individualist,
but with contradictionsㅡshe is sly and gullible,
loving and violent, dedicated and treacherous.
You can’t take your eyes off her.
The story, however, really belongs to Chunhui,
her daughter, who is a tragic saint and a survivor.
>>>등장인물들은 원형圓形이 지닌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의 꿈에조차 계속 출몰할 것입니다.
주인공 금복은 거침없는 사업가이자 개인주의자이지만
교활하면서도 쉽게 속아 넘어가고, 사랑스러우면서도 폭력적이며,
헌신적이면서도 배신을 일삼는 모순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녀에게서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비극적인 성자 聖子이자 생존자인
그녀의 딸 춘희의 이야기입니다.
Although it’s a work of fiction, is there anything
about it that’s especially relevant to
issues we’re confronting in today’s world?
>>>비록 소설 작품이지만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와 특별히 연관성이 있는 부분이 있습니까?
It’s a story of a woman making her way in a hostile world,
and that is always relevant.
This is a story full of magic and humour,
but there is also profound darkness and struggle,
terrible violence and prejudice.
Patriarchal society eventually forces
Geumbok to become a man (in more ways than one!),
but you won’t have seen these problems
explored in quite the same magical, brutal, bodily way
as they are here.
>>>적대적인 세상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여성의 이야기라서 항상 밀접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이것은 마술과 유머로 가득 찬 이야기이지만
심오한 어둠과 투쟁, 끔찍한 폭력과 편견도 있습니다.
가부장적 사회는 결국 금복이 남자가 되도록 강요하지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러한 문제가
여기에서와 같이 마술적이고 잔인하며 육체적인 방식으로
탐구되는 작품은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Is there one specific moment in the book
that has stuck in your mind and, if so, why?
>>>이 책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무엇이고, 그 이유는 어째서입니까?
The book is packed with memorable moments and images,
but the most memorable were the moving ones.
One that sticks in the mind is when Chunhui,
neglected, lonely and unable to speak,
first has a conversation (in her imagination?)
with a stuffed elephant, who then becomes her only friend…
it’s absurd, but it will bring a tear to your eye.
>>>이 책은 기억에 남는 순간과 이미지로 가득 차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방치되고 외롭고 말도 못하는 춘희가 처음으로
코끼리 인형과 (그녀의 상상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그 후 유일한 친구가 되는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터무니없긴 하지만 눈물을 흘리게 할 장면일 겁니다.
심사평의 요지 gist 를 읽고나니
이 쯤에서 오래간만에 <고래> 를 다시 펼쳐서 읽어야할지
아니면 부커상 심사위원들이 찬사를 보내고
저렇게 책을 완전히 이해한 듯한 평을 쓸 정도의
번역을 한 영어판을 사서 읽어야할지 갈등이 생긴다.
Coarse 다듬어지지 않았던 한국어 문체를 그대로 표현했을까,
아니면 더 세련되게 가다듬어 Refined 영어로 번역했을까?
음, Amazon Book Sale 할 때를 노려야겠다.

<고령화 가족> 천명관

<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 2>
어쨌든 내가 사서 읽은 천명관 작가의 책 중에서는
여전히 <고래>가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그의 다른 소설책들 역시 충분히 재미있고 즐거운 책읽기였다.
<고래> 가 2023 국제 부커상 최종 후보작으로 선정된 걸 계기로
작가의 다른 소설들도 영어로 번역되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06-05-23 (M) 9:30 pm PST
To Be Continu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