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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찍햄톨님의 서재

거기에는 시험공부를 위한 눈물겨운 노력, 합격의 기쁨은 묘사되어 있었지만 왜 하필 그 직업을 욕망하는지, 그 세계에 들어가서 누리는 안락과 쾌락은 무엇인지, 수모와 소외는 무엇인지, 방송국에서 일하며 추구하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가 빠져 있었다. 수업 시간에 직접 물어보았다. 왜 방송작가가 되고 싶었느냐고, 어릴 때부터 나고 자란 지방에서의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그 정도의 직장이면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을을 것 같아서, 라고 답했다. 사는 이유가 별거 없듯 대수롭지 않은 소소한 이유이다. 그런데 그 별거 없는 삶, 시시한 욕망을 밀도 있게 찬찬히 담아내면 특별한 글, 진솔한 글이 된다.

좋은 글에는 ‘근원적인 물음‘이 담겨 있다. 나는 왜 언제부터 그 일을 알게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꿈을 갖게 되었는지, 일을 하는 동력은 무엇인지, 일에 대한 환상이 어떤 지점에서 깨졌는지, 이 일을계속 할지 말지를 정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어떤 느낌, 어떤 감정에 사로잡혔을 때 그것을 당연시하는 게 아니라 왜 그런 기분을 느꼈는지 더 깊고 진지하게 파고드는 작업, 그게 문제의식이다. 우선은 나를 향해 ‘왜‘라고 질문하는 것 말이다.

사건이 지나간 자리에 무엇이 돋는가. 꽃들이 피거나 폐허가 되거나돌이 굴러 와 뿌리를 내리거나 할 것이다. 관찰하면 신비롭다. 살면서무수히 겪게 되는 별의별 일들, 소소하는 대수롭든 그것을 통과한 신체는 변화를 겪는다. 이 같은 일상의 풍경과 생각과 느낌이 별처럼 은은히 차오른 글은 구체적인 ‘한 사람‘을 선명히 보여준다. 그럴 때 그 글이 다른 이의 경험이나 감정과 겹치고 공감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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