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조용히 있어야 하고 언제 남들보다 앞서 이상함을 감지하여 위험을 경고하는 똑똑한 아이가 되어야 하는지가 그다음 고민이 되었다. 아무 때나 모순을 지적했다가는 어른들에게 큰 봉변을 당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눈치가 빠른 건 가끔 지나치게 알랑거리며 아부하는 일이었고, 때로는 똘똘하게 처세하는 기술이었다. 세상을 보이는 대로 믿 어선 안 되는 거였다. 모든 신호에는 암호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사람과 친해지는 일은 그 암호를 초 단위로 풀어내려 애쓰는 과정이었다. 날 속이려는 건 아니지만 진실만을말하는 것도 아니고, 나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다시는 안보고픈 것도 아닌, 순간순간 불쑥 드는 감정을 남들에게 서둘러 덤핑 처리하듯 떠넘기는 데 쓰이는 말들, 말들, 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