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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찍햄톨님의 서재

꿈속에서 나는 쾌청하게 갠 하늘을 봤다. 살면서 그렇게 푸른 하늘은 본 적이 없었다. 파랑의 종류만도 수백 가지가 넘는다는데, 그런 걸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인디고블루, 프러시안블루, 코발트블루, 네이비블루, 아쿠아마린, 스카이블루.…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나는 그 이름을 알고 싶었다. 하지만 사실 그건 어떤 파랑도 아니었다. 그건 그냥 완벽한 파랑이었다. 어디선가 ‘울트라마린 아니야?‘라고 대꾸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그게 뭔데?‘라고 물었다.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옛 날 화가들이 그린 기도서의 색깔이야라고 답했다. 나는 그게 무슨색인지 몰랐지만 기도서의 색이라는 말만은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이내 불쾌해져 기도가 그렇게 푸를 리 없다고. 내가 아는 기도는 세상에서 가장 비천한 색을 지녔다고, 닳고 닳아 너절해진 더러운 색이라며 화를 냈다. 그리고 화들짝 잠에서 깨 주위를 둘러봤을땐 음울한 회색 하늘이 나를 굽어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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