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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자리의 글 공간

 

 

우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당선작에 대한 기준에 별다른 의견이랄 게 없는 경우를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다 같이 고민해야 하는 분위기인 것 같긴 하지만 그저 저와 같은 입장도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라고나 할까요..

 

 

알라딘 서재에서 오랜 시간 활동하시며 애정을 가지고 계신 분들과는 달리 저는 작년 5월쯤 북플을 통해 유입된 유저입니다. 책과 관련된 어느 사이트에서도 활동한 경험이 없으며 심지어는 책에 대한 리뷰조차도 이곳에서 써본 것이 전부입니다. 다른 SNS엔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라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제겐 큰 기쁨이었죠. 사실 처음 얼마간은 제 아이디로 알라딘에 서재가 만들어져 있다는 것조차 몰랐었습니다. 

 

 

그런데 활동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제 글이 당선작이 되었다고요. 솔직히 저는 그 메일을 받기 전까진 알라딘에 당선작 제도가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몇 사람에게 주는지도 몰랐고, 그저 운이 좋았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후로도 당선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운이 좋았나 보다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사실 부끄럽게도 저는 지금까지 일부러 짬을 내어 당선작들을 읽어 본 적이 없습니다. 북플보다 글을 입력하기 편리하다는 이유로 오직 글을 쓸 때만 서재를 찾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제 뉴스피드에 올라온 글들도 다 읽질 못하는 형편이지만 애초에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저를 위한 기록과 소통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궁금증은 들었습니다. 당선된 글이 왜 선정되었으며(다른 이의 글이 아닌 제 글에 관해서입니다) 하필이면 왜 그 글이었을까를 말이죠. 제 나름으로의 결론은 제가 감상을 썼던 그 책이 아마도 여타의 다른 책들 속에서 다양성을 채우는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짐작을 해보았을 뿐, 더 깊은 생각을 해보진 않았습니다. 사실 당선작들에 어떤 기준이 있었다는 것도 cyrus 님의 글을 통해 이제야 알았으니 말이죠. 왜 이토록 무심한 거냐 하셔도 할 말이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당면한 현실의 주제가 다르듯 제 관심분야가 아닐 뿐이라고 할밖에요..

 

 

그러니 사실 저는 이 토론에 참여할만한 입장이 아닙니다. 토론에 참여하려면 우선 다른 분들의 글들을 성의껏 읽어야 하고 그에 대한 의견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제가 이곳에서 그다지 열심히 활동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당선작에 포함이 되었다는 불편함 때문입니다. 제 부끄러운 글이 다른 분들의 당선 기회를 앗아간 것만큼은 확실한 사실이니 말입니다. 더 부끄러운 것은 저는 그것조차도 숙고해보질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지금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반복해서 읽고 있는 중인데 뫼르소의 무심함이 바로 이런 것이었고, 그런 뫼르소에게 타인들이 상당히 불쾌했을 법도 했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ㅎ 저는 그냥 이렇게 책을 읽고 책을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여타 여러 가지 이유로 그래야만 삶이 유지되는 것도 같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이곳에서 글을 쓰는 분들 중엔 저처럼 타인에게 쓰는 형식을 취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은 제 자신에게 띄우는 글을 쓰는 분들도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러니 논리고, 객관이고 상관할 바도 없으며 글의 길이며 인용문의 수 같은 건 제겐 아무런 제약이 되질 않습니다. 다만 비슷한 감상이 있는 분들, 또는 다른 생각이 있는 분들과 소통으로까지 연장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북플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제 자신만으론 저를 알 수 없기에 책과 타인이 저의 거울 역할을 해주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제가 당선이 되었음에도 의견을 말할 수 없거나 의견이 없는 이유는 실제로 이렇게 글의 형식에 대한 제 의견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웃들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경우 역시 여러 가지 주관적인 이유에서 일 뿐 단 한 번도 글의 길이나 구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보았던 적이 없습니다. 물론 이건 옳고 그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북플을 이용하는 제 성향일 뿐입니다.

 

 

사실 저는 이곳에서 작품 같은 글을 만나고자 하는 마음이 없습니다.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지만 제 관심분야는 '책 같은 글'보단 '책을 읽는 사람들'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선작이나 여타의 운영에 대한 기준은 최대한 많은 분들이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알라딘 서재에 애정이 남다르신 분들껜 중요한 문제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의견을 나누시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럼에도 지극히 염치없지만 제 자신은 의견이 없다는 것을, 그리고 이런 의견 없는 의견도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하지만 cyrus 님의 솔직한 글 덕분에 누군가는 제 글을(제가 쓴 목적이 아닌) 다양한 이유를 가진 시선으로 유심히 지켜봤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글의 형식이나 내용이 제가 의도하지 않은 채로 평가받는 장소에 오르긴 했지만 어느 공간이든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전 제가 이곳에 왔던 이유대로, 제 방식대로 계속 이곳을 이용하려고 합니다. 글을 판단하는 기준이 어떻든 제가 하고 싶은 생각을 하고,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쓰며, 제가 '좋아요'를 누르고 싶은 글에(제 '좋아요'는 아무 의미도 없고 소용도 없겠지만) 제 주관적인 이유로 호응하고 싶습니다.

 

 

이런 의견 없는 글을 이렇게 진지하게 쓰는 이유는 제 글을 부지런히 읽어주시며 열심히 호응해주시는 cyrus 님께 대한 제 일종의 성의 표시이기도 합니다ㅎ 사실 저는 제 이웃분들 만큼 충분히 활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늘 찾아와 주시고 다정히 인사해주시는 분들께 고마움과 더불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고자 북플을 시작했지만 실상은 그러질 못하고 있으니 말이죠. 열심히 동조해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제 솔직한 의견 없음을 말하는 것도 나름으로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저 뫼르소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해 주세요..ㅎ

 

 

* 처음 먼 댓글을 사용해 보는 데 잘 될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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