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맴도는, 시로 다가가는, 시가 이끄는, 시로 통과하는, 시를 애호(愛好)하는 마음이 오가는 자리. 시인은 시인을 만나 함께 물었고, 물으며 함께 들었고, 들으며 함께 답했다. “이 책을 만들다 시인이 됐다”고 자신을 소개한 박참새 시인이 만난 일곱 시인과의 대담집 『시인들』. 책꼴을 갖춘 대화를 펼치기 전. 정재율, 김선오, 성다영, 김리윤, 조해주, 김연덕, 김복희 시인을 가리키는 띠지의 문장에 시선을 오래 꽂아두었다. 그렇게 마음이 곧장 꽂혀버렸다. 그들의 문장으로 넘어가고 그들의 마음으로 뻗어 나갈, 그들의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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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무엇인지. 시를 쓰는 일이란 무엇이어야 하는지. 시를 읽는 행위란 무엇이길 바라는지. 시인에게 시인(詩人)이라는 “상태와 직업(p.167)”의 의미는 무엇인지. 시와 언제까지,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싶은지.
정답 없는 물음마다 시인들은 ‘시인으로서’ 품고 있는 저마다의 믿음을 꺼내어 보여주었다. 어떤 시인의 말은 그의 시집을 읽었을 때 퍼져 온 파동을 선명히 기억하게 했다. 어떤 시인의 말은 그의 시집을 읽어 나갈 때 겪어 갈 요동을 선연히 상상하게 했다. 모든 시인의 말은 그들로 시를 쓰게 하고 시와 살게 하는 원동(原動)을 응연히 수긍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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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간과 시차를 두고서 시인을 만나며, 시와 시인의 사이를 채우고 메우고 지키는 것이 무얼까 생각했다. 가늠했다. 가능한 알아차림은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시심(詩心)이라는 단어로 쉽게 가리키고 가리고 싶지 않다. 여덟 시인이 보여줄 다음의 시에서, 여덟 시인이 초대할 미래의 시집에서 ‘재확인reconfirming’하고 싶다. 하게 될 것이다. 그들의 시를 읽는 “사람으로서 가지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p.49)”이다.
『시인들』에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시인들’의 신작시 일곱 편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한 시인과 한 시인의 만남 이후, 한 페이지만 넘긴다고 바로 다 가실 리 없는 여운에 잠겨, 낯선 시를 읽었고 만났고 품었다. 가슴을 내려치기도 쓸어보기도 다독이기도 하면서.
김복희 시인의 신작시 「미래의 시인에게」로 문을 닫는 대담은 “읽고 쓰며 살아가(p.9)”는 삶으로 담대히 나아갈 모든 당신을 응원한다. 시를 맴도는, 시로 다가가는, 시가 이끄는, 시로 통과하는, 시를 애호하는 마음을 함께 품은 모든 당신에게 ‘시인들’은 시로, 말한다.
영원이라는 단어로
경계를 아름답게 놓아버리자.
고통만으로 사라지지 않기 위한
사랑의 문을 부르자,
열려 있어.
나만의 방식으로 허락받을
말을 내 안에서 만지고 내 끝으로 살펴보자.
** 세미콜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