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꽃잎과 푸른 잎으로 이루어진 ‘수국 화원’. 그곳은 오르탕스 부인만의 작지만 아름다운 세계입니다. ‘수국’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꽃집의 주인은 자신의 아름다운 꽃들만을 제 친구로 삼고서 살아가는데요. 누군가와 함께하는 일상보다 혼자만의 안전한 시공간 속에 속하길 바라는 그녀. 매일 같이 나서는 오후의 산책에서도, 그녀는 오로지 자신이 아는 길만을 걸을 뿐입니다. 계절 따라 변해가는 주변의 풍경은 그녀의 세계 안에 속할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의 우연한 만남이 있기 전까지는요.
평소와 다를 바 없을 줄 알았던 그날의 산책길에서, 작은 개 한 마리가 오르탕스 부인의 뒤를 졸졸 따라갑니다. 등 뒤의 기척을 느끼면서도 애써 평소처럼 길을 걷던 오르탕스 부인은 길 건너의 노부인을 바라보고선 곧바로 걸음을 멈추는데요. 노부인이 들고 있는 바구니 속에는, ‘꽃다발과 파 한 다발’이 담겨 있었습니다.
지금껏 상상하지도, 만나지도 못했던 “기묘한 조합”을 목격한 이 순간은 그녀의 작고 아름다운 세계에 “시적이면서도 독특한” 꽃다발을 만들어 더하는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동시에 그녀가 습관처럼 나서는 산책길에서 “시적이면서도 독특한” 인연들을 만나고 더하는 기회가 되어주었습니다.
🔖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산책길 동무가 하나에서 둘로 늘어난 사연은 이렇답니다.
오전엔 꽃을 다루고, 오후에는 산책을 나서고.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한 오르탕스 부인의 일상. 그러나 그녀 주변의 풍경은 이전과 몹시 달라졌습니다. 홀로였던 산책길 위에 용기 내어 초대한 동네 곳곳의 강아지들 덕분인데요. 여러 길동무와 함께 걸으며 비로소 그녀의 세계에 속하게 된 도시의 풍경. 쫙 펼쳐진 양면 가득 담긴 그 풍경 안에, 이제 그녀 또한 속해 있습니다.
고립(孤立)이 아닌 연립(聯立)의 방향으로, 마음의 뿌리를 내려가고 관계의 가지를 뻗어나간 과정이 담긴 그림책 ⟪우리, 함께 걸을까?⟫. 향을 맡을 수 없는 그림책에 얼굴을 파묻고서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꽃들이 펼치는 상상의 세계”속에서만 머물고 거닐었던 오르탕스 부인. 제 세계의 폭을 넓혀주고 색을 더해 주었던 동무들과 함께 길을 나서고 걷고 있는 오르탕스 부인. 지금의 내 모습은 그녀의 어떤 모습과 겹치는지. 지금껏 내 세계의 배경을 넓혀주었던 ‘길동무’들에게 나는 어떤 항기의 ‘꽃 한 다발’을 선물하고 싶은지. 작품 안에 담긴 그녀의 모든 시간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나는 어떤 형태의 ‘파 한 다발’을 그려보고 있는지. 이 모든 물음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킁킁 대며 묻고 묻을 삶의 질문이기도 하겠지요.
이 책에서 가장 “시적이면서도 독특한” 장면을 꼽아보자면, 바로 오르탕스 부인이 자신의 작고 아름다운 세계에 길동무들을 초대해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이 아닐까 합니다. 현실이라는 길 위에서 마주친 꿈만 같았던 어느 기억을 불러오는 계기로, 서로의 아름다운 춤이 되어 주었던 어느 동무를 떠올리는 기회로 이 장면을 활-짝 펼쳐 만나보시길! 💃🌹🐩🎵
**문지아이들(문학과지성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