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의 변화를 담은 그림책을 사랑합니다. 다양한 작가들의 특색 어린 그림체로 계절의 과정과 의미를 감상하며 감격하는 순간을 사랑합니다. 이 계절이 저 계절로 넘어가는 과정은 곧 저 계절이 이 계절로 인해 나아가는 과정임을 말하는 그림책. 어떤 계절도 마냥 환하거나 그저 어둡지만은 않음을 그려낸 그림책. 지나갔고 지나가고 있고 지나갈 모든 계절을 긍정하고 기대하며 살아가도록 사계의 온도를 고루 품어낸 그림책.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아니, 바꿔 말해볼게요. 어찌 김지안 작가님의 그림책(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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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만 봐도 마음에 향기와 온기가 퍼져나가는 듯한 그림책, ⟪튤립 호텔⟫과 ⟪장미 저택⟫은 모두 계절의 흐름을 따라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튤립 호텔⟫에서는 가을의 빈 땅에 튤립 알뿌리들을 심으며 다음 해 늦봄에 개장할 ‘튤립 호텔’을 준비하는 과정을, 신작 ⟪장미 저택⟫에서는 저택 관리자의 초대를 받아 황량해진 장미 정원에 향기와 온기를 더해가는 과정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다가올 봄날의 아름다움을 기대하며,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함께 향유할 많은 이들의 기쁨을 상상하며, 다섯 마리 멧밭쥐는 계절마다 계절의 최선을 다합니다.
차가운 북풍이 불어오는 계절에도, 멧밭쥐들은 “멧밭쥐답게” 겨울을 납니다. 해야하는 일들을 묵묵히 해나가고 할 수 있는 다정을 찬찬히 베풀었던 멧밭쥐들 덕분에, 봄은 비로소 봄으로 움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간의 흐름 위에 더해진 멧밭쥐들의 정성이 없었다면, 모두를 환대하는 ‘튤립 호텔’과 ‘장미 저택’은 모두의 봄날에 피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추운 겨울은 길고 길어요. 그래도 걱정마세요. 어떤 계절도 영원하지 않으니까요.” - ⟪튤립 호텔⟫ 中
⟪튤립 호텔⟫을 조성한 한 해의 시간만큼 성장했을 멧밭쥐들. ⟪장미 저택⟫의 황폐한 정원을 돌보는 동안, 멧밭쥐들은 계절 위에 ‘회복’의 서사를 쌓아 갑니다. 뒤엉킨 가시로 울고 있는 이를 알아보고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가는 이를 돌보는 ‘관계’를 맺어가는 멧밭쥐들. 상처 입은 존재를 묵묵히 기다리고 찬찬히 보살피는 마음 곁에서, 누군가는 죽은 듯한 꽃잎을 다시 피우게 됩니다. 누군가는 잊고 있던 향기를 다시 맡게 됩니다. 바깥의 계절과는 상관 없이 길고 긴 겨울 안에 잠겨 있었던 누군가는 제 걸음으로 다음의 봄을 불러옵니다. 서로의 회복을 돕고 서로의 존재를 응원하는 마음’들’ 덕분에, 수많은 장미는 각자의 모습과 크기대로 흐드러지게 피어날 수 있었습니다.
🌹”마른 가지뿐인 장미라도 밑동은 살아있을 수 있거든요.” - ⟪장미 저택⟫ 中
튤립도, 장미도 모두 다 지고 난 후에 맞는 계절의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여름’은 이 앞의 모든 계절을, 그리고 이 다음의 모든 계절을 가능케 하는 시간입니다. 지나온 계절 동안 수고한 이들이 자신들을 위해 갖는 휴식과 회복의 시간. 멧밭쥐들은 “멧밭쥐답게” 모든 계절을 나기 위해, 이 여름을 보냅니다.
멧밭쥐들이 어디서, 어떻게, 그리고 ‘누구와’ 함께 각자와 서로를 위한 다정을 베풀고 누렸는지 궁금하시다면 그림책의 뒷면지까지 눈여겨 감상해 주세요. (두 권의 그림책에서 양쪽 페이지를 활짝 펼쳐 만나볼 수 있는 ‘절정’의 장면만큼이나) 저는 이 계절의 장면을, 이 여름의 멧밭쥐들을 너무도 사랑하는데요. 이 그림책들을 보고 나면 아마 당신도 이렇게 말하게 될 거예요. “어찌 이 그림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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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출판사로부터 ⟪장미 저택⟫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