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올해 만나본 책 중에 보자마자 책꼴에 몹시 놀라며 감탄했던 책 3위 안에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정’이라는 키워드 아래 그림책을 읽는 이유, 그림책에 몰입하는 이유, 그림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양한 그림책 안에서 찾고 모은 글을 이렇게 큼직한 단단함으로 만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거든요.
책의 띠지를 벗기자마자 마주한 표지에는 소복소복 쌓인 그림책들을 찍은 사진이 담겨있습니다. 제 주변에도 언제나 이렇게 그림책이 쌓여있지만, 표지 사진을 촬영한 방향으로 제 곁의 그림책들을 바라봤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표지에서부터 그림책을 바라보는 ‘신선한’ 시선을 느낄 수가 있었어요. 책을 펼치기 전, 표지 속 색색의 책발을 하나하나 눈여겨보며 어떤 그림책일지 유추해 보는 재미를 잠시 누려보았습니다.
“그림책 현장의 한복판에서 쉬지 않고 달려온(P.7)” 이상희, 최현미, 한미화, 김지은 작가님이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 이후로 7년 만에 함께 펴내신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 타인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다정한 마음을 품기 어려운 세상에서 그럼에도 그 마음을 잊고 잃지 않으려는 어른들을 위해, 네 분의 작가님이 그러모은 글과 마음이 모두 귀합니다.
드넓게 펼쳐진 여러 그림책의 장면을 바라보며(역시 그림책은 가운데를 쫙쫙 꽉꽉 눌러 보아야……), 네 분의 선생님이 각자의 자리에서 깊숙히 길어 올려 담아낸 그림책의 마음에 기대며,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은 지나온 삶의 다양한 장면들 속에서 내가 놓치거나 잊거나 지우거나 흘려보냈던 기억과 마음이 무언지 다시 되짚고 톺아보도록 그림책과 함께 안내하는 책이구나.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은 저마다의 치열한 매일의 분투 가운데에서도 함께 붙잡고 나아가길 바라는 삶의 방향점을 그림책 안에서 고민하는 책이구나.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은 나도 너도 그 누구도 각자와 서로를 부정하지 않고서 따스하게 연결될 수 있는 마음, 그리하여 나와 네가 결국 ‘우리’가 되는 마음을 그림책 사이에서 찾아낸 책이구나.
이토록 다정하게.
‘이렇게도 그림책을 만날 수 있구나’, ‘이렇게도 그림책을 이해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은 ‘이렇게도 나를 사랑할 수 있구나’, ‘이렇게도 너를 끌어안을 수 있구나’, ‘이렇게도 세상을 살아갈 수 있구나’ 라는 마음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을 위해 새로 만나고 다시 만나고 깊게 만나는 그림책을 경험하고 싶은 이를 만난다면, 이제 주저 없이 이 책을 선물로 드리려고 합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실천하고 나눌 수 있는 ‘다정’의 방법을 이 책과 함께 그리고 다양한 그림책과 함께 고민해 보자고 말하면서요. 더불어 당신이 만들어갈 당신만을 위한 그림책 아카이브, 그 시작에 이 책을 살포시 놓아둘 수 있는 기쁨을 제게 주셔서 고맙다는 말도 함께 건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