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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 내리는 날
괴물들
얄리얄리  2025/12/12 18:46
  • 괴물들
  • 클레어 데더러
  • 16,200원 (10%900)
  • 2024-09-30
  • : 9,807

클레어 데더러는 작품에는 끌리는데 작가는 용납할 수 없는 딜레마를 해결할 역할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말라고 권유한다. 화해할 수 없는 문제를 관객에게 전가하는 작태이기 때문이다. 미(美)를 사랑한다면, 거기에 끌린다면 그걸 인정하고 마음껏 즐기고 확장하면서 내 안의 괴물성을 성찰하는 거울로 삼는 것이 차라리 현명하다고 권한다.


클레어 데더러는 이 책을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집필했다고 한다.(p.320) 그런데 저자는 그 긴 시간 동안 '숭배와 혐오'라는 딜레마에 대해 명확하고 일관된 입장을 관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론 혼란스러워하며, 때론 복잡해진 심경의 변화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그 변화에 대한 솔직함이 '숭배와 혐오'라는 딜레마를 단순하게 만들지 않고, 우리가 예술을 소비한다는 것에 대한 다양한 주제들을 풍부하게 논의할 수 있는 장을 열어 주었다. 예를 들어 팬/관객/소비자의 미묘한 위상 차이, 예술의 원동력으로서 천재성과 광기, 남성과 여성의 '괴물성'이 가지는 차이, 우리 안의 괴물성, 괴물-되기, 후기자본주의 하에서의 윤리적 소비(꼭 예술작품 소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등이다. 


추가.

개인적으로 나보코프를 다룬 부분을 가장 흥미있게 읽었다. 클레어 데더러는 나보코프를 'Anti-Monster'라 칭한다. [롤리타]의 내용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보다 괴물에 가까운 인물과 행동을 작품으로 남긴 나보코프를 'Anti-Monster'라 할 수 있을까 궁금해 할 것이다. 그런데 나보코프는 일부러 괴물이 되었다. 사실 그가 소아성애자라는 근거는 없다. 그러나 그는 때론 흉악하더라도, 때론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지 않을지라도, 때론 본인을 괴물처럼 보이게 만들지라도, 먼저 자신 안에 들어가 '무언가'를 가지고 나와 글로 썼다. 그는 롤리타를 통해 '도둑맞은 유년기의 극악무도함'이라는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자신을 내버렸고, 세상이 자신을 최악의 사람으로 생각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래서 나보코프는 'Anti-Monste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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