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한 때 대한민국을 '정의' 열풍에 휩싸이게 했던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정의에 대해 고민하고 너도나도 정의로운 사회를 그려보며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안타깝지만 눈에 띠는 큰 변화는 없었다.
정의에 대한 담론 형성 등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 있었지만 체감상으로 그러했다.
달라진 것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유야무야되며 정의는 자취를 감추어 갔다.
시간이 흘러 2016년 겨울이 되었고 정의는 다시 국민들 입에 오르기 시작했다.
정의를 원하는 외침이 촛불이 되어 광장에 모였다.
빛이 비추니 적폐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났다.
고구마 줄기처럼 딸려 올라오는 부정의(不正義)의 다발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이게 나라냐'라는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는 지난 겨울, 그리고 적폐의 싹이 돋아난 시점부터 지금에 이른 시간들을 기억해야 한다.
정의롭지 못한 그 시간들을.
헌정사상 최초로 파면 당한 대통령과 그의 졸개들을.
이윤에 눈이 먼 대기업 총수를.
기득권에 빌붙어 기생하는 비겁한 자들을.
저자는 최근에 우리가 겪은 사건들을 '기록'한다고 적었다.
기억을 위한 기록.
그리고 남겨놓은 그것들로 하여금 기억하는 것.
정의로운 나라를 꿈꾸는 모든 이들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않을까.
저자는 그가 속한 대학의 교수들과 함께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에 이름을 올렸다.
적어도 이 책에서 그가 말한 것들이 현실에서는 한 발짝 물러선 방관자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
정의롭지 못한 현실에 진정으로 분노한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써낸 이야기이다.